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면 건설업계에서 의례 나오는 보도자료들이 있다. 바로 원도급사들의 하도급대금 조기 지급 발표다. 내용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원활한 도움을 주기 위해 하도급대금을 미리 앞당겨서 준다는 것이다. 

대형사들은 이를 상생경영의 하나로 앞다퉈 소개하곤 한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들 역시 명절 대비 하도급 체불 임금 여부를 점검한다. 명절 대비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은 아예 연례화된 듯도 싶다. 기자도 명절 즈음이 되면 당연히 이런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오겠구나 한다. 대중들은 이런 자료들을 보곤 정직한 기업이네 하는 이미지를 갖기 십상이다.

법무법인을 찾는 하도급사들의 가장 많은 이유는 뭘까. 바로 대금 미수령이다. 하도급분쟁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차지하는 것이 대금과 관련된 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하도급사에서는 대금 수령 여부가 회사 존망과 직결된다.

변호사를 찾을 때면 하도급사들도 거래가 끊어질 것을 각오하고 온 것이다. 최후의 수단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법무법인을 찾지 않고 대금 지급을 읍소하는 업체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2021년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보면 지시에 따라 추가로 공사를 수행하고 관련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34%로 나타났다.

한 지역의 전문건설업체는 대표가 수개월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회사 자산을 팔아가며 메꾸다 급기야 생을 달리 한 사건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지금도 공사비를 두고 대형 건설사와 맞서는 중소건설사들이 많다. 더욱이 자잿값 폭등과 노조 등쌀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현재로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명절이라고 대금을 미리 지급한다고 티낼 일이 아니라 평소 이런 고충을 헤아려 정당하게 일을 시켰으면 정당하게 대가를 지급하면 그만이다.

건설업은 큰형 종합건설과 아우 전문건설이 같이 가는 길이다. 건설업이 보다 수준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는데 큰형이 먼저 모범을 보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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