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안전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우리만 노력하는 것 같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그러면서 간혹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아느냐면서 보여주는 현장 사진을 보면 실소를 참지 못하기도 한다.

사진에는 안전모를 써달라는 지시에 되려 역정을 내고 있는 근로자들, 포클레인 버켓을 타고 다니는 작업자들의 모습 등이 담겨 있는 탓이다.

스스로의 안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소식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 이와 관련 정부는 특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단 대책은 강력한 감독·점검 계획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두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단의 대책마저도 현장 종사자들은 정부가 현실성 없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동안 현장점검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안 한 것도 아닌데 똑같은 걸 반복한다고 무엇이 더 나아지겠냐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고용부가 점검한 사업장은 건설업 2만3138개소를 포함한 3만2594개소였다. 안전보건관리체계 지원은 올해 예산만 8800억원이 넘는다.

이를 두고 또 다른 현장 안전담당자는 “얼마나 더 많은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해야 근본적인 사고예방 대책을 내놓을 것이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안전 의식이 부족한 일부 근로자를 탓하자는 것도, 사고 예방 차원의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소한 안전관리자들 사이에서 “우리만 노력한다고 사고가 줄어드나”라는 인식이 번지는 것은 없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장마다 모든 기술적 조치를 했는데도 사고 때마다 정부와 근로자가 무조건 기업 탓만 한다면 오히려 이들 역시 안전을 자포자기해버릴까 우려된다. 그 전에 정부는 각 기업의 관리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고, 근로자들은 안전 의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현장 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사고예방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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