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물었다… 납품대금 연동제 ‘성패’ 위한 과제는? (중)

10% 이상 원재료 요건도 비현실적
업계 “제도 실효성에 의문” 목소리  

납품대금 연동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으나 건설을 비롯한 하도급업계에서는 여전히 고심이 깊다. 을 권리 강화라는 법 자체가 가진 의미는 크지만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4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도록 하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됐다. 제도 가동과 함께 정부는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운영, 연동제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건설을 비롯한 하도급업계에서는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 적용 예외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주요 원재료 기준이 높으며, 건설업의 경우 위탁기업들이 현장별 협의를 강조하고 실질적 제도 활용에 걸림돌이 크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주장을 보면 먼저 예외규정은 △원사업자가 소기업이거나 △하도급거래 기간이 90일 이내이며 △하도급대금이 1억원 이하고 △원하도급자 간 하도급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때로 설정돼 있는데, 이로 인해 최대 적용 대상 제한 공사가 70~80%에 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기준) 종합건설업체 가운데 소기업 비중은 81.4%, 90일 이내 계약은 전체 건수 중 79.3%, 하도급대금이 1억원 이하인 공사 건수 역시 84.9% 수준”이라며 “건설은 타 산업에 비해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10% 이상의 원재료 요건도 제도 안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업계는 지목한다. 건설공사에서 개별 자재가 전체 공사비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선구 위원은 “자재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건축용 금속제품(11.7%)과 레미콘(10.5%)인데 이 역시 자재비 내 비중이고, 전체 공사비로 따져보면 4%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하도급업계는 여기에 더해 건설업의 경우 위탁기업 참여 의사와 별도로 모든 협의가 현장에서 별도로 재차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제도 실효성에도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납품대금 연동제 동행기업조차 단가 조정 요청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현장별 협의가 원칙이라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향후 제도 개선시 업계 우려를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우선해야 할 방안으로 산업별 특수성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선구 위원은 “제도 도입 시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산업별로 별도의 완화된 비율을 정할 필요가 있었는데, 하도급법 개정 시 반영되지 못해 실효성이 많이 후퇴하게 됐다”며 “현재는 원·수급사업자 간의 자율적인 협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건설업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수성을 반영하는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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