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두바이, 지금은 불황으로 ‘실패모델’ 전락
외국인 속속 출국…무리한 개발이 남긴 교훈 씁쓸





3년 여 만에 다시 찾은 두바이는 상전벽해였다. 곳곳에 30~40층 마천루가 솟았고, 도심 어디나 ‘이곳이 정말 모래 사막이었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개발되고 있었다. 비즈니스 베이(상업지역)는 두바이 경제개발중심지. 총 6400만 스쿼어피트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비즈니스 베이 초입에는 50층건물이 10여 개가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뒤로는 그야말로 ‘광활한 공사판’ 이다. 터파기를 막 끝낸 곳에서부터 골조가 거의 다 올라간 건물까지 수십 여 개의 초고층 건물 공사가 올라가다 만 채 흉물스럽게 서있었다.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찌는 듯한 땡볕 아래 먼지를 가득 머금은 상태로 방치돼 있는 건물과 공사 중장비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비즈니스센터에 대한 소개와 정보를 제공해주는 홍보관 안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일 오전인데도 큰 홍보관 로비 안의 방문객 수는 채 20명이 안됐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묻자 안내를 맡은 현지 여직원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외국 투자자들이 붐볐는데 올해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센터의 전체 분양률이 얼마나 되나’고 물었으나 “우리는 토지만 분양할 뿐 건축물의 분양은 각 사업자들이 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며 “하지만 공사까지 중단되는 것을 보면 분양률은 저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전 세계적인 개발의 벤치마킹이 됐던 두바이가 지금은 ‘실패 모델’로 전락한 셈이다.

두바이 시내를 관통하는 메인 도로인 쉐이크자이드 로드를 따라 가다 보니 고층 건물 벽에 사무실 임대나 분양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었다. 현지에서 살고 있는 한 한국인 거주자는 “2년 전만해도 사무실을 구하기 힘들어 매월 임대료가 급등했으나 지금은 외국 지사 상당수가 철수한데다 초대형 건물들의 공급 과다까지 겹쳐 임대료가 30% 이상 내려갔고, 구하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사막의 기적’ 두바이가 불과 1년여 사이에 이렇게 추락하게 된 것은 금융위기의 영향이 일부 있지만 그간 정부 주도의 무리한 부동산 개발이 부른 자충수라는 지적이 많다. 두바이는 UAE 6개 국가 중에서도 석유나 가스 같은 자연자원이 거의 나지 않는 나라다.

하지만 그간 원유 교역과 서구 문화 개방화를 통해 ‘중동의 대문’ 역할을 하며 국민 1인당 소득을 9만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렸다.특히 2000년대 들어 두바이 정부는 중동의 석유 자본과 화교, 서구의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자본을 선투자해 사막을 초호화 리조트와 상업도시로 변신시키는 전방위적인 도시개조에 들어갔다.

인공섬을 만들고, 바다를 메워 고급 빌라를 짓고,초고층 비즈니스센터를 만드는 등 투자에 열을 올렸다.
때마침 고유가로 한 때 탄력을 받는가 했던 두바이의 개발 프로젝트는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 불황의 파고가 몰아치면서 수렁에 빠져들었다. 금융 조달이 중단되면서 초대형 마천루 공사가 중단되고, 해외 지사들은 속속 감축하거나 철수했고, 이것은 미분양을 양산하고 두바이 경제를 더욱 위축시켰다.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두바이 정부의 계획은 거품만 양산한 채 모래 바람 속에 당분간 묻히게 됐다. 지금 두바이는 지난 3~4년간 5배 가까이 급등했던 사무실과 빌라, 아파트 같은 주택가격이 불과 10개월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 폭락 현상이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2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규모투자, 개발사업의 파산은 시간 문제다.현대건설의 두바이 지사장인 이해주 상무는 “지난해만 해도 두바이에 사람과 돈이 몰려 시내에서는 러시아워로 전체 회의도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람과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시내가 러시아워에도 한가할정도로 차가 없다”며 “경제력을 감안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이 부담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바이는 지금 ‘무리한 개발은 화를 부른다’ 는 또 다른 교훈을 세계 경제에 알려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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