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어프로치샷은 물이 들어 있는 물통을 휘두르는 이미지로 하라. - 아놀드 파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바비 로크(Bobby Lock)는 평생을 단 한 개의 퍼터로 플레이했다. 방울뱀이라는 별명이 붙은 요술방망이 퍼터 하나로 브리티시 오픈을 4회나 제패했다.
이를 두고 토마스 헨리 코튼(T. Henry Cotton)은 이렇게 말했다. “평생 동안 단 한 개의 퍼터만 계속 사용한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자기 아내에게 쏟은 애정과 신뢰 이상으로 그 퍼터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근세 최고의 퍼팅명수로 불리는 바비 로크가 일생 단 하나뿐인 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9세 때다. 어느 날 소년 로크는 아버지가 회원으로 있던 골프클럽 연습그린에서 퍼팅연습을 하고 있었다. 소년이 쓰고 있던 퍼터는 아버지가 쓰던 아주 낡은 2번 아이언을 톱으로 짧게 잘라 만든 것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아버지의 친구가 보았다.
그는 자기가 쓰던 헌 퍼터를 들고 와 “아주 열심히 연습하는구나. 진짜 퍼터로 연습해보지않겠니?”라며 퍼터를 주었다. 소년 로크는 난생 처음 제대로 된 퍼터를 손에 쥐었다.
평생 반려로 삼은 이 퍼터는 지금 보면 가관이었다. 검붉게 찌든 호두나무로 만든 샤프트로 아주 낡았다. 아버지 친구는 새 퍼터를 사서 헌 퍼터를 버릴까 고민하던 차에 로크를 만나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배운 로크 소년은 어느 날 짧은 퍼팅을 실패한 후 투덜거리며 퍼터를 그린 위로 내동댕이쳤다. 이를 본 아버지가 말했다. “그 따위로 골프를 하다니 너는 골프를 할 자격조차 없는 녀석이구나.” 아버지는 로크가 갖고 있던 골프클럽을 몽땅 빼앗았다. 로크는 손발이 닳도록 빌며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나서야 골프클럽을 되돌려 받았다.
후에 바비 로크는 1931년 14세의 나이로 남아공 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일약 골프스타로 부상했다. 다음해인 1932년 브리티시 오픈에 첫 출전해 베스트 아마추어 타이틀을 쟁취했고 1938년 프로로 전향했다.
그의 퍼팅 솜씨는 가히 천재적이어서 골프의 달인 샘 스니드(Sam Snead)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1946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뒤 남아공에서 바비 로크와 16회에 걸친 시범경기를 가졌는데 12회는 로크가 이기고 나는 2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나머지는 무승부였다. 나를 이처럼 형편없는 스코어로 몰아붙인 것은 다름 아닌 로크의 방울뱀처럼 생긴 낡은 호두나무 퍼터였다. 나는 그의 퍼터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로크에게 하나의 퍼터만 사용하는 고집스러움을 물었다. 로크의 대답 왈 “나는 이 낡은 퍼터만으로 충분하다. 이 퍼터는 나에게 지극히 충실하기 때문이다. 나도 물론 중요한 경기에서 퍼팅을 많이 미스 했다. 그때마다 나는 퍼터가 나쁜 것이 아니라 내 퍼트 솜씨가 서툴렀다고 생각했다.”
퍼트를 미스 할 때마다 퍼터를 탓하고 남의 탓을 했다면 바비 로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골퍼들은 미스 샷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데 익숙해져 있다. 동반자 중 누군가가 신형 드라이버나 아이언세트를 들고 나와 좋은 샷을 날리면 자신의 미스 샷 원인을 클럽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잦은 미스 퍼팅도 퍼팅훈련 부족보다는 낡은 퍼터를 탓한다. 그밖에도 동반자, 캐디, 골프장, 날씨 등 둘러댈 핑계는 늘려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활쏘기는 군자와 유사하니 정곡正鵠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서 그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느니라.’ (『중용中庸』중에서)
정곡은 베와 가죽으로 만든 과녁의 중심인데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반드시 쏘는 순간의 자세를 반성해야 하듯이 군자도 잘못이 있으면 자기 자신의 역량과 자세를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자는 결코 밖에서 잘못을 찾지 않는다.
골프에서의 미스 샷 역시 모두 내 탓이다. /방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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