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장기 전세 가능해 집 없는 서민들에 인기

재당첨 금지 없고 소득 연계 안해 악용소지 많아





‘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20년 동안 쫓겨날 걱정 없이 주변 시세보다 싼 값에 전세로 살 수 있다.’
주택보급률이 108.1%(2007년 말 기준,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말 1인 가구를 반영해99.6%로 수정)에 달하지만 여전히 만성적인 주택난에 시달리는 한국에서는 정말 꿈같은이야기다. 그런데 꿈은 이뤄진다고 그 꿈이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다가왔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SHift)이 집 없는 서민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 시프트는 무주택 등 자격 요건만 갖추면 최장 20년까지 살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 송파구 장지, 강서구 발산지구에서 첫 공급된 시프트는 2007년 2016채, 2008년 2625채가 공급됐다. 평균 경쟁률은 8.5 대 1 이었다. 지난 4월 관악청광플러스원 59㎡의 경우엔156 대 1이었다.

SH공사는 올해 3175채, 내년 1만2916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9일부터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은평뉴타운 2지구, 상계ㆍ장암지구등에서 시프트 1474채가 분양된다. 석 달 전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에 선보인전용 84㎡형 100채에는 2692명이 몰렸다. 당시 전세가는 3억원. 주변 시세(4억3000만~4억5000만원) 대비 67~70% 선으로 30~36%포인트 싸다. 서울 강남권 한 가운데 있는 아파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거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3억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할 수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이지만 그래도 대기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면‘돈 많은 서민’들이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주변 시세의 80% 선에서 전세 값을 정한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대폭 낮췄다.

시프트 전세 값은 오르지도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대로 가격을 2년마다 5% 이내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시프트가 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 전세 값을 올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만에 하나 올린다 하더라도 5% 이내여서 부담은 없다. 한마디로 서울시 덕분에 내 집에서 20년간 가족들과 알콩달콩 지낼 수 있다.

하지만 허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의욕이 앞서 빚어진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허술하다. 우선 시프트에 한번 당첨되더라도 다른 시프트에도 당첨될 수 있다. 일반아파트처럼 ‘재당첨 금지’ 규정이 없다. 시프트는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당첨 확률이높다. 따라서 시프트에 당첨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무주택자여서 ‘시프트 쇼핑’ 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시프트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 제도를 악용할 경우 20년이 아니라 30년이든 40년이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시프트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과 연계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큰 오류로 꼽힌다. 월 100만원을 벌거나 월 1억원을 벌어도 무주택일 경우에는 시프트(재건축의 경우)에 청약할 수 있다. 누가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서민보다는 집과 관련된세금 등을 내기 싫어하는 ‘돈 많은 무주택자’ 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서울시는 현 시스템으로는 소득을 파악할수 없어 무주택 기간을 입주자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프트는 내 집 같은 전세아파트, 집에 대한 생각을 ‘ 사는 것’ 에서 ‘ 사는 곳’ 으로 바꾸는 것(shift)이 목표라고 서울시는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잘못된주택정책으로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을 떠나야만 했던, 집 걱정으로 답답해하던 서민들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릴 것이라는 설명도잊지 않았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은 오히려가슴이 더 답답하게 한다. 집 없는 서민, 3억원이 없는 진짜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배려가 아쉽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생각이시프트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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