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세 돌아선 미분양아파트 다시 늘어날 가능성

송영웅 차장‘나만 살기식’ 분양 러시는 업계 공멸 불러올 수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겹치는 분양 휴지기 임에도 수도권에서만 무려 1만 가구에 육박하는 신규 아파트 분양 러시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연말 연초와 여름 휴가철은 신규 분양이 중단됐던 지금까지의 관례를 볼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주택ㆍ건설업체들이 다소 무리인 줄 알면서도 이처럼 연말 연초에 밀어내기식 분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올해 하반기 들어 주택시장이 점차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 건설사들이 내년 2월 11일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이 만료되기 전에 분양을 마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한 문제다.

최근 올해 초 대다수 주택ㆍ건설 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늦어도 올해 중순이나 올해 말에는 폐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사업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라 업계 입장에서는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였다. 정종환 장관 등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었고, 시장경제 체제에서 제도 자체의 모순도 있어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중순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기 시작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론은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결국 그 동안 분양가 자율화를 학수고대하면 기다리던 업체들이 뒤늦게 분양에 돌입하면서 분양 홍수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밀어내기 분양의 폐해는 새해부터 바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올해 3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는 총 12만437가구로 전고점인 올해 3월(16만5,641가구) 대비 4만5,000여 가구나 줄었다. 그러나 최근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약률 제로’ 아파트가 상당수 나오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의 2기 신도시 분양에서도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불안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은 건설사의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 파장이 금융권까지 파급 된다는 것은 지난번 금융위기 때 충분히 입증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경우 토지 대금 대부분을 금융권에서 대출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나만 살기식’의 밀어내기 분양은 업계 공멸이라는 더 큰 폐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금융권도 지난해 금융위기 때의 뼈 아픈 경험을 되새겨 무리한 업계의 분양에 대해서는 지원을 신중히 해야 한다. 최근 밀어내기 분양이 가능했던 것은 금융권이 그간의 고삐를 다소 풀어 준 영향이 컸다.

최근의 주택 건설 시장이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도 정책 수립 및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책에 의해 시장이 과열되지 않으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못 할 것도 없다.  /송영웅 한국일보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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