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생활주택·준주택 도입 각종 세제·규제상 혜택 실수요자는 늘었지만…엄청난 투기 불러일으킬 수도

집권 초기 재건축 아파트 규제 완화에 집중했던 정부가 최근 주택 정책의 방향을 ‘작은 집’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1인 가구나 도시 근로자들을 위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준주택’이 그것인데, 정부는 이 ‘작은 집’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제도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작은 집’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만혼과 이혼, 독신 증가 등으로 ‘나홀로 사는’ 1인 가구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매년 엄청난 주택 공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1인 가구의 급증에 있다.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에 이어 최근 ‘준주택’이라는 새로운 유사 주택 개념까지 도입하는 것도 바로 1인 가구를 수용할 ‘작은 집’을 대폭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다.

아직 일반인 중에 ‘도시형생활주택’과 ‘준주택’의 차이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도시형생활주택은 한 세대의 규모가 전용면적 기준 85㎡이하의 주택으로, 20세대 이상 149세대 이하로 지어지는 공동주택을 말한다. 크게 원룸형, 기숙사형, 단지형 다세대주택으로 나눠진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고, 어린이 놀이터나 관리사무소 같은 건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파트 같은 일반 공동주택보다 사업성이 높다.

준주택은 현재 입법화 추진중인 개념으로, 정확히 주택은 아니지만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건축물을 말한다. 오피스텔, 고시원, 노인복지주택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준주택은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처럼 1인 가구나 노인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보조 주택이다. 정부는 준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오피스텔의 경우 바닥 난방면적 제한을 없애고, 1가구2주택에 포함시키지 않는 쪽으로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준주택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는 ‘작은 집’ 공급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예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정부가 ‘준주택’ 개념을 도입한 것은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건립 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주택이 아니면 이 기금을 지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차장이나 관리사무실 같은 의무 건립 조항도 대폭 완화했다. 준주택은 1가구2주택에도 해당되지 않아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 중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면서도 각종 세제나 규제상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용산 시티파크 같은 주상복합 아파트 붐이 몰아 친 때가 있었다. 그 열풍이 오피스텔과 오피스까지 퍼져나가자 정부는 서둘러 오피스텔과 오피스에 바닥 난방을 금지하고 분양 시기를 건물 준공이 3분의 2 이상 진행된 이후에 하도록 하는 규제 조치를 내렸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준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조항은 예전 외환위기 직후 당시보다 사업자에 훨씬 유리하게 돼 있다. 따라서 자칫 주택시장이 불붙게 될 경우 엄청난 투기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전보다 지금은 1인 가구 수요가 많아 실수요자가 늘어났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시중의 유동자금이 10년 전보다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또 다른 위험 요소다.

모든 국가 정책이 그렇지만 주택정책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규제를 풀 때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식으로 풀어 헤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적어도 예전에 문제가 됐던 제도나 정책은 무차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 보다 과오를 되풀이 되지 않을 장치를 먼저 마련하는 게 순서다. 정부는 불과 1년 전 재개발·재건축 규제 무장해제로 인한 폐해의 전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영웅 한국일보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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