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격언-■ 베스트를 다하여 샷 하라.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고 나쁘면 잊으라.     - 월터 헤건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이 샷을 하고 나서 항상 불만에 차있거나 자신의 플레이를 계면쩍어 하고 쑥스러워 하는 골프들이 의외로 많다. 실수가 잦다 보니 멋진 샷을 날려 놓고도 ‘실수 안 한 게 천만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멋진 샷에 대한 자부심이나 기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연습에 많은 땀을 흘리고 좋은 기량을 터득했음에도 필드에 나가면 핸디캡이 낮은 동반자들에게 미리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왕 골프를 하려고 나왔으면 당당히 자기 기준대로 골프 자체를 즐기는 배짱이 필요하다.

어차피 실력 차이는 피할 수 없다. 구력의 차이, 운동 신경의 차이, 열정의 차이, 연습량의 차이, 신체조건의 차이 등에서 나타나는 실력 격차는 단숨에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다.

실력이 차이난다고 골프를 즐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골프의 장점이자 최대의 특징은 바로 실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골프를 즐길 자세만 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자기 기준으로 라운드를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이 자신의 샷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지나치게 겸손해하지 않는 태도다. 병아리 육상선수가 넘어지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무서워하면 육성선수로 대성할 수 없듯 골퍼 역시 자신의 샷에 대해 신경질적이 되어서는 골프의 묘미를 체험할 수 없고 발전 가능성도 없다.

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라 가지 않아도,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시도를 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신뢰를 주어야 다음 샷에 자신감이 생기고 목표의식이 생긴다. 실패한 결과에 주눅 들고 불편한 심기에 빠지는 게 습관이 되면 골프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시도조차 두려워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늘푼수 없는 골퍼로 남는다는 얘기다. 

미국 LPGA 투어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한국선수들을 보면 자기가 날린 샷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로 나타날 때 프로선수답지 않게 부끄러워하며 몸을 움츠리고 쥐구멍이라도 찾는 듯 볼썽사나운 동작을 취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런 선수들은 중반까지 선두를 달리다가도 어쩌다 나온 미스 샷에 대해 지나치게 실망스러워하면서 주눅 든 제스처를 취하는 바람에 다음 플레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다 잡은 우승을 아깝게 놓치는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

반면 LPGA 투어에서 1승이라도 올린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미스 샷을 미소로 흘려버리거나 잠깐의 분노 표출로 날려버리고 당당하게 다음 플레이에 임하는 습관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미스 샷을 날리고도 태도가 당당하다. 잠깐 분노에 휩싸일망정 창피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거나 자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스 샷을 내고도 당당해야 성공적인 다음 샷을 만들어낼 수 있다. 

라운드를 즐겁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멋진 골프의상을 갖추는 일이다. 신발에서부터 바지 상의 모자에 이르기까지 누가 보아도 ‘멋지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갖추고 필드에 나서면 의상 자체로 상당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멋진 의상에 어울리게 게임을 풀어나가겠다는 생각에 게임 내용이 한층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충만한다.

이왕 비싼 돈 들여 골프를 칠 바에야 즐겁게 쳐야 한다. 동네 조깅하러 나온 듯한 복장에 플레이에 자신감마저 결여된다면 그날의 라운드는 물으나 마나다. 자신과 확신감이 충만해서 나와도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기가 힘든 게 골프인데 미리 겁먹고 주눅 들어 게임에 임한다면 골프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 실패 후에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은 실패를 만회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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