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묻거나 말거나’⋯ 수준 이하 정비서비스     ‘차체떨림 현상’문제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통과”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가 터지며 일파만파로 번지자 반면교사로 삼자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염두에 두고 하는 진심어린 충고다. 해외에서 한국 자동차를 볼 때 가슴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계적 기업으로 대접받고 있구나 하는 우쭐한 마음도 든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기회를 틈타 현대자동차가 과연 도요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1위로 우뚝 솟을 수 있을까. 최근 경험한 바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결코 세계1위 자동차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유는 이렇다. 몇 달 전부터 차(현대자동차의 TG그랜저 270)가 이상해 병원(정비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게으름 때문에 미루기를 반복하다가 큰 맘(?) 먹고 예약을 하고 지정정비소에 들렸다. 정비직원이 어디가 이상하냐고 묻더니 차량을 타고 점검해 보자며 나를 조수석에 태웠다.

당연히 정비직원이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했다. 불쾌했다. 작업복을 입고 운전석에 그대로 앉는 것이 아닌가. 일등을 지향하는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가 이 정도 수준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난 당연히 운전석에 비닐을 씌울 줄 알았다. 기름때 같은 것이 묻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연수 갔을 때가 생각났다. 조그만 시골 동네 정비소지만 하얀 가운을 입은 직원이 의자에 비닐커버를 덮고 차량을 테스트하던 장면이다. 무려 14년 전의 일이다. 2010년 현대자동차의 서비스와 오버랩 되면서 현대자동차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서비스센터의 서비스가 어찌 미국 시골정비소의 서비스에 뒤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의 리콜사태에서 진정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시기를 놓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운전석 문 잠금장치 리콜이 자발적이 아닌 타의적이었다는 보도를 접한 터라 내 눈을 믿기 힘들었다. 내 차의 문제점은 시속 60㎞가 넘어가면 자체가 심하게 떨린다는 것이었다.

정비직원은 나를 태우고 20여분을 달려보더니 이상이 없으나 한번 다시 체크해 보겠다고 하면서 쉼터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몇 분 뒤 전화가 걸려왔다.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단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알았다고 했다. 정비가 끝났다고 해서 가보니 정비소 직원 손에 있는 테스트 기계에 아예 ‘60-70㎞ 차체 떨림 현상’이란 서비스 항목이 있었다. 내차 뿐 아니라 다른 차도 문제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정비 결과표에는 그 항목이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엔진오일 교환 내용만 들어있었다. 직원이 컴퓨터에 자기가 알아서 업그레이드 서비스 받은 것을 입력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리콜을 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생각해보라. 시속 60㎞가 넘어갈 때 차체가 떨린다면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속페달을 힘주어 밟아 80㎞ 가까이 가야 떨림 현상이 멈춘다. 연료도 그만큼 더 든다. 그동안 아까운 내 돈을 길바닥에 뿌리며 이산화탄소까지 마구 배출했다고 생각하니 내가 살고 있는 지구에게 왠지 미안하다. 내 동포들이 그 이산화탄소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미안했다.

‘현대자동차 세계 1등’이라는 제목의 뉴스 헤드라인을 볼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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