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골프는 정동(靜動)의 움직임이다. 백스윙은 마치 나비처럼, 임팩트는 무서운 맹수처럼, 몸은 움직이되 마음은 잔잔한 호수 같아야 한다.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 골퍼의 플레이는 대개 견실하다. 그러나 시원찮은 스윙을 가진 사람이라고 상대방을 얕보았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게 골프다.
확실한 싱글 골퍼인 K씨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스윙 자세 때문에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전반 몇 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가자 캐디가 의아해 하며 말했다.
“골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분인 줄 알았어요. 처음 티샷하시는 것 보고는 오늘 고생께나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시네요.”

그가 18홀을 싱글 스코어로 끝내자 캐디는 그런 스윙으로 싱글 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감탄했다.

‘장애인 스윙’으로 보일 만큼 그의 스윙은 교과서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백스윙을 크게 하지만 스윙 아크는 매끄럽지 못하다. 상체의 흔들림도 심해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임팩트 후 고개를 드는 나쁜 습관에다 팔로우 스루도 짧은 편이다.

이런 스윙 때문에 그는 실내 골프장에서 연습할 때 주위로부터 수모와 시련을 겪었다.
옆 타석에서 연습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의 스윙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다.

“골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은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평생 고생하십니다.”며 스윙 자세를 교정해주는 친절을 베푸는가 하면 “그런 스윙을 계속하시면 먼저 몸이 망가져서 골프를 못 치십니다.”며 레슨코치로부터 스윙을 교정 받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가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는 것은 정교한 어프로치 샷과 3퍼트를 허용하지 않는 퍼팅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의 스윙자세가 구제불능이란 것을 깨달은 그는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승부 내지 않으면 아예 골프채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 남다른 노력으로 어프로치와 퍼팅을 주무기로 개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덤빈 사람들은 십중팔구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골프에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격언은 철칙이 아니다.

오히려 결점이 많은 골퍼는 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남이 갖지 않은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자주 멋진 스윙과 호쾌한 장타를 자랑하는 골퍼들이 ‘똑딱이 골퍼’에게 맥을 못추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허점투성이의 골퍼이면서도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듯이.

한 여자가 일자리를 잃고 배회하는 한 남자를 꼬여 아파트로 데려갔다.

그녀는 발이 큰 남성은 정력도 좋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굉장히 큰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푸짐한 저녁을 대접하고 침대로 이끌었다.

다음날 아침, 남자가 일어나 보니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10달러짜리 지폐 한 장과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돈으로 발에 맞는 신발이나 사 신으세요.” (오쇼 라즈니쉬의 <아름다운 농담>중에서)

우리는 겉모양에 잘 속아 넘어간다.

엉성해 뵈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내실을 다지고 탄탄한 예가 적지 않다. 폐차시기를 지난 듯한 승용차를 탄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공장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벽은 특허 관련 인증으로 가득했고 공장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경영자나 골퍼는 겉모양에 속지 말고 속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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