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상징적 노래에 정부서 과민반응 논란 불러

 지방선거 결과는 화합·포용 복원 원하는 민심 담겨

 

사랑도 명예도/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깃발만 나부껴/새 날이 올 때까지/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산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산자여 따르라

1980년대 암울했던 대학시절에 독재에 항거하며 목 터지게 부르던 노래 가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당시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는 애절한 몸부림과도 같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 대학생과 청년들의 외침이었다.

전두환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던 젊은이들의 투쟁 방식이기도 했다. 데모 현장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애국가’ ‘아침이슬’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과 함께 빠지지 않는 노래였다. 그만큼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우리의 민주화 운동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노래였다.

특히 5·18민주화 운동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필자의 80년대 대학시절 5·18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노래였다. 노랫말이 5·18민주화 운동의 아픈 과거를 대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대를 거쳐 2000년대 들어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곁에 머물면서 슬픈 과거를 씻김굿이라도 하듯 카타르시스(katharsis)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한민족을 갈라놓는 ‘악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2010년은 5·18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5·18민주화 운동 기념 본부는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했다.

아픔을 가진 기념일이지만 그 때의 민주 투쟁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산자들의 의무’인 만큼 전 국민이 경건하게 기념일을 기리는 것이 온당한데도 우리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정치권이 서로의 정치적 이념으로 치고받는 싸움에 순수한 시민운동 기념일이 먹칠을 당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5·18국립묘지에서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기념일에 식순에서 이 노래 제창을 빼 버렸다. 이에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등 5월 단체 대표들은 기념식 본 행사에서 항의의 표시로 정부 주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기념식 도중 유족들은 행사장으로 진입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이명박 대통령은 각성하라’는 구호도 외쳐 경찰과 유족이 충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5월 단체들이 따로 꾸린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망월동 구 묘역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열었다.

슬픈 일이다. 망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시민들의 피로 지켜 낸 민주화의 열정을 이어가자는 기념식이 둘로 갈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더 그렇다.

무엇보다 정부의 잘못이 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과 떼어놓을 수 없는 만큼 허용했어야 했다. 정부의 대응이 치졸하고 옹졸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좌파의 노래가 아니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노래이기에 더 그렇다. 오히려 정부의 과민한 반응이 국민들을 불편하게 했다. 국민들을 얕잡아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

대통령이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작년은 몰라도 올해 30주년은 참석했어야 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6·2 지방선거의 결과가 말을 해주고 있지 않는가. /김문권 한국경제매거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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