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격언 - ■프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나는 규칙 세 가지를 지켜왔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 팔굽혀펴기와 수영하기, 그리고 섹스를 결코 하지 않는 것이다.      - 샘 스니드

의학사전이나 백과사전에 정의된 치매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던 사람이 뇌기능 장애로 지적 능력이 상실되거나 퇴화하는 경우를 말한다.

치매는 기억의 장애, 실어증, 실행증(失行症), 실인증(失認症), 집행기능 장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단순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되어 다른 분야의 인지능력 퇴행으로 진행되는 치매는 일정한 수명을 살다 죽어야 하는 인간으로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할 방법이 없다.

건강한 신체로 초원을 거닐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치매와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우리는 골프장 곳곳에서 골프치매 현상을 목격하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건망증과 치매가 본질적으로 차이난다고 하지만 골프에선 건망증과 치매의 경계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식사를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등을 잊어버리면 건망증이고, 식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라고 하는데 골퍼들에겐 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늘집에 모자나 퍼터를 놓고 나온다거나 화장실에 들어갈 때 남녀 구분을 깜빡 잊는다거나, 두 개의 클럽을 들고 갔다가 하나를 놓고 오거나, 티샷 순서를 잊거나 한 홀의 타수 또는 퍼트 수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운전해온 자동차번호나 라커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는 치매라고 볼 수 없다.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생길 수 있는 가벼운 건망증에 가깝다.

회원인데도 비회원란에 이름을 쓰거나, 그늘집에서 오리알을 달걀이라고 우기고, 주중에 운동하면서 “주말 날씨 참 좋다.”고 말하거나, ‘두발용’이라고 쓰인 것을 얼굴이 아닌 두 발에 바르거나 헤어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욕탕에서 나온 뒤 다른 사람 팬티를 입고 나온다면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50대를 넘기면서 나타나는 이런 증상은 그래도 다음에 열거하는 증상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홀 아웃 한 뒤 깃대를 들고 다음 홀로 이동하거나, 손에 공을 들고 캐디에게 내 공을 달라고 하거나, 벙커샷을 한 뒤 골프채 대신 고무래를 들고 나오거나, 그린에서 마크를 한 뒤 다름 사람의 퍼팅이 끝나자 자신의 퍼트 할 차례인 것을 잊고 있거나, 아예 자신이 퍼팅을 마친 것으로 착각해 그린을 떠나거나, 목욕탕 안에서 함께 라운드한 동반자 보고 “참 오랜만이네. 언제 한번 라운드해야지?”하고 인사할 정도면 그냥 넘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골퍼에게 보다 치명적인 것은 스윙 메커니즘이나 어드레스, 코스 분석 및 그린 읽기 등 골프와 직접 관련된 데서 일어나는 만성적인 치매현상이다.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숙지해야 할 지침이나 원칙, 주의사항, 정보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모두 끄집어내 실천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데 여기에 치매증상까지 겹친다면 정상적인 플레이가 될 리가 없다.

캐디로부터 왼쪽이 OB지역이니 페어웨이 오른쪽을 겨냥하라는 설명을 다 듣고도 그린과 가까워 보이는 페어웨이 왼쪽을 보고 선다거나, 그린에서 볼과 홀컵 사이의 거리를 발걸음으로 다 재어놓고도 퍼트 할 땐 까맣게 잊거나, 오르막 내리막을 혼동한다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골프치매로부터 탈출하는 비법은 많은 연습과 고도의 집중훈련 외엔 없다. 의식 없이 숨을 쉬고 발걸음을 떼어놓듯 습관적 기계적으로 샷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하고 한샷 한샷에 집중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지 않는 한 치매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방민준 골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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