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 후 작은 변화 불구 수요자들 집마련 인식 달라져 

 시장, 정부편 속단 일러… ‘부동산불패론’ 신화 균열은 분명

왜 정부가 큰 줄기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면 늘 어김없이 ‘대책’이란 말이 붙는 것일까. 지난 8·29 대책이 나왔을 때 필자가 문득 자문했던 내용이다. 생각해 보니 답은 간단하다. 늘 정부의 획기적인 부동산 정책이란 것이 시장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 나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연기,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매입임대사업자 세제감면 요건완화 등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이 같은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는 시장상황에 대한 정부인식의 변화에 더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대책이 효과(거래 회복)를 거둔다면 그것은 개별적인 정책 내용 자체 보다는 정부 정책의 밑바탕에 깔린 인식 변화의 영향이라고 판단하고 싶다. 현 거래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칫 부동산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시장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일단 시장은 정부 정책을 기점으로 작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조금씩 팔려나가고 매수문의도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부동산 불패론자들의 손? 아니면 이제 부동산 투자의 시대는 끝났다고 믿는 자들의 손?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침체된 거래가 살아나 활기를 띠게 될까.

일단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10년 넘게 부동산기자로 일해 왔지만 정작 스스로는 내가 살 집 외에는 이렇다 할 공격적인 투자를 해 본적이 없는, 실전에서는 초짜나 다름없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예전과 크게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바로 상당수 시장참여자, 즉 무주택자이든 유주택자이든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원한다면 일정 비율의 대출을 일으켜서 주택을 구매할 경제력을 갖춘 사람 중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 대부분, 특히 무주택자들은 여전히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주택 소유욕은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택을 반드시 구매하겠다는 강한 구매욕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보다 비싸다는 의미 이상이다.

주택가격은 자산의 실질가치에 희소성을 더한 프리미엄이 더해져 결정되게 마련인데 이 프리미엄이란 것이 정상적으로 인정하고 감내할 수준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주택 가격에 대한 이런 심리적 저항은 의외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주택의 구매시기에 따라 적정 주택가격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 하반기, 이른바 ‘꼭지’에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집값이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그래프를 그려보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수도권에서 가장 집값 하락폭이 큰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일산신도시만 해도 200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가까이 뛴 가격이다. 가격이 비이성적으로 폭등했던 시기는 배제한 채 단순히 고점을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집값이 ‘회복’될 것이란 낙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주택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부부가 합쳐서 연소득이 5000만원인 세대가 5억원짜리 주택을 사려면 소득의 절반을 꼬박 집값으로 지불해도 20년이 지나야 겨우 빚 없는 온전한 내집을 갖게 된다.

이 정도라면 “집 한 채 가지려고 평생을 이렇게 쪼들리고 사느니 안사고 만다”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실제로 상당수 젊은 층 사이에 이 같은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필자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늘 필자는 “어디까지나 판단은 당신의 몫”이라는 전제로 집값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부동산 불패론’이 무조건 진리로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정두환 서울경제신문 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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