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딛고 가고 싶은 학교 발전
 금강스님, 가수 노영심씨 후원 큰 힘
  통학버스도 마련 등하굣길이 신바람
  지난 2일 사찰에서 학예발표회 열어


지난 2일 한반도의 땅끝 마을 전라남도 해남 미황사를 찾아가는 동안 설렘에 들떳다. 미황사는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달마산이 품고 있는 신라시대의 고찰이다. 대웅전 뒤로는 기암괴석이 돌 병풍을 치고 있고, 앞으로는 멀리 남해가 내려다 보인다. 더구나 이날 밤 7시부터 미황사 자하루 강당에서 송지초교 서정분교 어린이들의 학예발표회를 보러가는 길이어서 금상첨화였다.

서정분교(교감 김성철ㆍ55)는 2003년 전교생 6명, 교사 2명으로 폐교위기를 맞았다. 이때 미황사의 주지 금강스님이 “절 아래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미니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금강스님은 학부모와 교육청을 설득하면서 절에서 직접 탁본과 다도를 가르치고 음악ㆍ미술ㆍ생태학습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스님이 소장하고 있던 값나가는 서화도 내다팔아 종자돈을 마련했다. 2008년 5월에는 피아니스트 노영심씨(작곡가ㆍ가수)를 초대, 산사음악회를 열었다.

노씨는 이날 피아노로 연주한 16곡이 녹음된 CD 판매수익금 2700만원 전액을 서정분교 살리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개최한 바자회수익금도 보탰다. 이 무렵 읍내 학생들의 전학러시가 시작돼 현재 학생수가 59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해남읍에 사는 학생들은 40분씩 걸리는 등하굣길에 25인승 통학버스를 이용했다. 학부모들은 노후해 고장이 잘나는 버스가 항상 걱정이었다. 금강스님이 또 나섰다. 딱한 사정을 들은 금호고속 측에서 2009년 5년 된 고속버스 한 대를 싼값에 기증했다.

◇미황사에서 열린 서정분교생들의 학예발표회, 큰 절이 작은 학교를 보듬은 현장이었다.

통학버스 이름을 ‘서정 구름이’라 짓고 아이들의 그림으로 버스를 예쁘게 꾸몄다. 학교마당에서 ‘오메! 우리 구름이 왔는가?’ 라는 주제로 작은 잔치도 열었다. 이 학교는 학부모들의 ‘교육품앗이’ 봉사로도 유명하다. 2007년 교내에 서정마을도서관 건립을 위해 힘을 모았으며, 아이들의 특기를 살리는 ‘방과 후 교실’에도 솔선해서 참여하고 있다.

방과 후 교실은 원어민영어, 종이접기, 컴퓨터, 전래놀이, 해금, 과학나라, 목공예, 합창 등 12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외부강사, 자원봉사자와 더불어 품앗이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서정분교는 학생들에게 해남고유의 지역환경을 활용해 월1회 북아트, 한지공예, 바느질, 차 문화답사, 도자기 만들기 등의 생태체험을 시키고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교사와 학부모 간담회도 학교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주경희 교무주임(48)은“현재 6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절반이 해남읍에서 통학하고 있다”며“금강스님 등 후원해주시는 분들과 학부모의 헌신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 김지희양(9)의 어머니 김수정씨(40ㆍ공무원)는 “맞벌이 부부로 아이의 교육에 신경이 많이 쓰였으나 이제는 학교에 믿음이 간다” 며 “막내도 내년에 이 학교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밤 ‘꿈과 희망을 키우는 2010 서정학예발표회’가 열린 미황사 자하루 주변은 놀이터를 방불케 했다.

석양이 질 무렵 밝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이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학예회는 사물놀이, 연극, 노래와 율동, 가야금ㆍ해금연주, 리코더 합주, 태권무, 합창 순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달마산의 유서깊은 미황사와 절 아래 작지만 내실있는 서정분교의 아름다운 공생이 빛나는 밤이었다. 교사와 학부모, 지역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로 대도시 사립학교가 부럽지 않은 서정분교는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새로운 학교모델이 되고 있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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