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해발 66m의 야트막한 성미산이 있다. 이 산자락에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마을공동체 ‘성미산마을’이 17년째 함께 사는 ‘부락’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로 성산동·서교동·망원동·연남동을 아우른다.

동네사람들 17년 동안 머리 맞대고
대안학교·극장·FM방송국 등 갖춰
할머니는 아나운서, 아빠는 무대에   
두레생협 조합원 가구수 3500 세대

성미산마을은 1994년 9월 국내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인 ‘우리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출발했다. 성미산마을은 현재 성미산학교·성미산마을극장·마포FM·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작은나무카페·성미산밥상(유기농식당)·마을배움터·동네사진관·성미산풍물패·늘보네 목공방 등 40여개 동아리(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네 도시 생활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만큼 단절되고 폐쇄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삭막하고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이같은 공통분모를 찾아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 마을은 2007년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의 경험을 한 주민들이 2004년 9월 초중고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설립했다. 정부에 인가신청을 하지 않아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지만 현재 165명의 학생들이 상근교사 25명과 강사 15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성미산학교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학교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는 교육이념아래 개인별 맞춤교육으로 배려와 돌봄의 능력을 가르치고 있다.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주요 교육과정에 편성했다. 2009년 2월 개관한 성미산마을극장은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영화상영과 연극공연은 물론 전시 및 강연회 무대로도 사용된다. 무대와 객석이 가변형이어서 다양한 공연의 기획과 연출이 가능하며 최신 음향·조명시설을 갖췄다.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해온 성미산마을극장은 2010년 12월 정부가 지정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주민 10여명으로 구성된 성미산마을연극단 ‘무말랭이’도 이곳에서 연습하고 정기공연을 한다. 마포FM 라디오방송국은 주파수 100.7Mhz로 2005년 10월 개국했다.

마포구의 서부권과 서대문구 일부가 청취권이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19시간 동안 지역소식과 정보를 전하고 음악과 시사 프로그램도 방송한다. 어르신 아나운서 10여 명이 교대로 진행한다. 2007년 제1회 공동체라디오어워드에서 장애인이 진행한 ‘희망노트’가 대상을 수상했다.

마포두레생협은 주민들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친환경적인 생활용품의 공동구입과 판매를 위해 2001년 2월 설립됐다. 관련사업체는 동네부엌(반찬가게), 되살림가게(재활용품점), 한땀두레(바느질점), 비누두레(비누와 수공예점) 등이다.

2011년 3월말 현재 성미산마을 조합원 가구 수는 3500여 세대이며 2010년 매출액은 40여억 원이다. 주민들은 2008년부터 공동주택 건설사업도 벌여 4층짜리 건물 2개동을 세웠다. 1가구가 1개 층씩 입주해 한 가족처럼 살고 있다. 올해는 6층으로 높여 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성미산마을은 규모가 커지면서 각 커뮤니티를 총괄하고 대외적으로 마을을 대표하는 기관이 필요해 2007년 11월 사단법인 ‘사람과마을’을 설립했다. 문치웅 운영위원은 “관계망이 구축된 성미산마을에는 한 해 방문자가 2000 명을 넘어서고 있다.” 며 “사람과마을은 주민들과 힘을 합쳐 성미산 생태보존과 공원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마을을 둘러보면서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이 떠올랐다. /설희관 <언론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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