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공

 
의류와 국산 골프클럽으로 유명한 K사의 엘로드 골프채 포스터용 광고문안을 이 김 작가가 썼는데, ‘내 몸의 일부로 느낄 것입니다!’이다. 전문 카피라이터들에게도 상당한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던 글.

그저 거친 쇳덩이, 감정을 지니지 못하는 무생물인 쇠, 비록 그 끝에 부드러운 고무로 감아 사람 손과 자연스레 연결을 시키려 만들었다지만, 골프채를 쥔 손이 느끼는 이질감은 아주 큰 법이다. 그러나 골프를잘 치려면 이 쇠막대기를 어떻게든 내 손 안에서 길을 들여 서로 통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골프 실력이 하늘은 아니더라도 그 아래쯤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클럽과 피가 통한다고 그런다.

전직 대통령 한 분은 자신보다 더 젊은 전직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숨진 것을 두고 “내 몸이 반 토막이 나는 심정!”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사랑과 존경의 강도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케 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서로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비유일 터.

간혹 쌍둥이들 중 한쪽이 아프면 다른 한쪽도 비슷하게 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겉모습만 닮은 게 아니라 속도 닮은 완전히 한 몸 같은 그 무엇이 작용하는 거란다.

결혼식장서 듣는 말이지만 가장 지고지순하고 큰 사랑을 맺은 경우를 ‘이로써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어서...’라고 한다. 물론 사랑과는 별개로 순전히 몸만 합치는 그 거시기, 그 때도 ‘한 몸 운운’하는 말을 쓰긴 한다.

이 김 작가의 몸에는 이전에는 내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내 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 받았냐구? 그건 아니고 약간 다르다. 말 나온 김에 그 사연을 털어놓자면.

내 골프탐닉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별나서 장소, 계절불문 쫓아다니기가 예사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화를 가져왔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땅이 무척 미끄러운 상황의 모처, 그만 발을 헛디딘 바람에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졌고, 허리뼈가 여지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의사가 꽤 여러 시간 공사를 해서 두어 가지 외부물품을 반입시켜 장착시켰다고 했다. 목수가 나무집을 지을 때, 각기 홈을 파서 끼워 넣지만 그것으론 완벽하게 붙지 않고 각기 흔들리니까 두 곳에 ㄷ자 형태의 꺽쇠를 박아 하나로 잇지 않는가. 지금 내 몸 안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는 고무 재질 다른 하나는 드라이버 소재로 많이 쓰는 티타늄으로 된 고임돌과 꺽쇠 같은 게 들어있다.

그냥 상상으로 느낀 것이었는지 실제 몸의 반응이었는지 몰라도 처음 한 1년까지는 몸에 뭔가 다른 것이 따로 노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영 이상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되니까 전혀 이물감이 없고,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그 실물을 또렷이 보면서도 친근하기까지 했다.

아니, 맹장 같은 것은 분명히 내 몸의 부속물이건만 일부러 떼서 버리기도 한데, 이건 팔자에 나랑 함께 살 숙명이 있었던 걸로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2차 수술로 몸 안에 끼운 보정물을 뽑아냈지만, 지금은 그대로 둬도 상관없이 소재도 좋고 오히려 힘이 나아졌다기에, 나중에 사리처럼 남길 생각이다.

여러 기술 중 특히 퍼팅에 능했던 왕년의 챔프 최상호 프로는 잠잘 때도 늘 사용하는 퍼터를 쥐고 자며, 심지어는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꼭 퍼터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나중에 애지중지 하는 퍼터를 잃어버려 같은 회사의 똑같은 모델로 샀는데, 아! 감이 달라 경기에서 여러 타를 손해 봤다고 했다. 내 몸 같은 예전의 것이 아니었던 것.

오늘 일 마치고 연습장에 가실 때, 채 14개를 꺼내 일일이 손에 쥐어보면서 느낌을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어느 하나라도 낯선 감이 있다면, 분명 사랑이 절대 부족한 것이니 더욱 쓰다듬고 안아주는 사랑을 듬뿍 줄 일!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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