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신문들에 따르면 ‘대학등록금 천만원 시대’랍니다. 아이 둘 대학시키려면 연간 2000만원이 든답니다. 저도 두 딸 졸업시키면서 ‘허리가 부러져’ 아직도 그 뒤치다꺼리에 고생하지만, 1년에 2000만원이라니 정말 해도 너무 했습니다.

한 신문은 ‘소득 상위 20%인 사람도 감당못할 등록금’이라고 썼습니다. 한 40대 가장의 연간 소득은 6000만원. 우리나라 소득 상위 20%에 들어가는 고소득자인데도 대학 다니는 두 아들 학비가 감당이 안 된다는 겁니다. 대학에 넣으려 어릴 때부터 온갖 과외비 대느라 숱한 고생했는데 대학 들어가서도 끝이 나지 않아 노후준비는 생각도 못한다는 겁니다.

부모만 고생하는 게 아닙니다. 부모 도움을 그나마도 못 받는 집 아이들은 스스로 벌어 학비를 대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한 신문에 <가난한 학생들 학비 벌기 급급, 스펙 쌓는 동기들에 취업도 밀려>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야기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김모씨(24). 집안 형편이 안 좋아 지난 4년간 학기당 450만원인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려고 무던히도 고생했다. 과외교사는 물론, 백화점 주차요원, 포장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턱없이 모자랐고, 성적을 올려 장학금을 받아보려 했지만 ‘부모 잘 만나’ 편하게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점수가 밀려 눈물을 삼켜야 했다. 요즘은 휴학하고 취업준비 학원비를 벌기위해 하루 9시간 일해 한 달에 150만원을 벌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등록금 고민은 학창시절이 끝난다고 해서 끝이 나지는 않습니다. 대출받아 등록금 내고 학교는 졸업했지만 갚아나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래서 <4년뒤 받는 건 ‘빚’나는 졸업장>이라는 기사제목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김모씨(33)는 2004년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올해에야 비로소 등록금 족쇄에서 풀려났다는데, 800만원 대출금 갚는데 7년이 걸렸답니다. 갖은 고생 끝에 등록금을 다 갚긴 했지만 김씨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신문에 난 김씨의 말입니다. “결혼해 아이가 생겼는데도 여전히 매달 등록금을 갚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내 아이도 커서 나와 같은 고생을 할까봐 두렵다.”

한 신문사가 얼마 전에 주최한 청소년 대상 백일장에 당선된 한 젊은이의 시 한편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끝내겠습니다. 대입준비생(재수생?)이라는 시의 작자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의 주인공이 같은 처지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지, 아름다우면서 슬프기도 해 한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친절한 별다방의 그녀’(정규연 대입 준비생)
<어서오세요 신선한 커피와 함께하는… 산뜻한 환영인사가 입에 붙은 그녀는/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매장 내 최우수 직원이야/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친절하지/눈두덩 시뻘겋게 칠한 금자씨도 그녀에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을//

원두의 질과 산도를 운운하며 품에 안은 강아지의 꼬리털을 배배 꼬는 여자/껌을 씹다가 혀도 씹었는지 반말로 찍찍 주문하는 여고생/비싼 값 받으면서 손님을 오라가라 한다며 진동벨을 던지는 아저씨//

그 누구도 그녀의 미소가 활짝 피는 것을 막지는 못 해/자긴 어쩜 그렇게 성격이 천사 같애? 묻는 점장님에게/그 개새끼 꼬리털을 확 뽑아버린다든가/그 여고생 콧구멍을 껌으로 콱 틀어막아버린다든가/그 아저씨 손가락을 단번에 꺾어버린다든가, 하는 상상을 하면 된다고 애써 말씀드릴 필요란 조금도 없겠지//

시럽 병과 스트로우가 깔끔하게 정돈된 카운터 옆엔 오늘도 꽃이 피듯 웃는 그녀의 사진/그 옆에 인쇄된 역시나 친절한 안내글/친절한 직원의 사진 아래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된 직원에게는 소정의 상여금이 지급됩니다//

점장님도 모르고 스티커를 붙이는 손님들도 모르지/전액 장학금을 받아도 휴학을 밥 먹듯이 하고 하루 알바를 세 탕 뛰는 그녀는 소녀 가장이야/그녀의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 양 끝엔 동생들이 한 명씩 대롱대롱//

아무도 모르게 과격한 상상을 조금씩 한다고 해서/별다방 알바 일년차 그녀가 천사가 아니라고/너는 감히 말할 수가 없을 거야>  /정숭호 주간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