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사고로 꼽추된 작가 안학수씨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에 이어
자전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통해
힘든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소통 강조

최근 출간된 장편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 (도서출판 아시아)는 척추만곡증을 앓은 동시작가 안학수 씨(57)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안씨는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제비’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동시집 ‘박하사탕 한 봉지’ ‘낙지네 개흙 잔치’ ‘부슬비 내리던 장날’ 등도 펴냈다.

지난 18일 충남 보령시 대천2동 집필실에서 만난 안씨는 표정이 밝고 이마에 주름살도 없었다. 몸 앞뒤의 불룩한 혹 두 개만 아니면 신장 1백39㎝, 키 작은 50대로 보였을 것이다.

충남 공주에서 4남매의 둘째로 태어난 안씨는 다섯 살 때 큰 사고를 당했다. 친구네 집 툇마루의 옥수수에 손을 댔다가 친구 형의 발길질에 허리를 걷어차여 토방으로 굴러 떨어졌다. 집안에는 둘 뿐이었고 17세 형은 시치미를 뗐다.

등어리에 생긴 등창과 종기가 점점 커지고 하반신이 한때 마비되면서 척추만곡증을 앓기 시작했다. 뒤늦게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나 손가락질과 놀림감의 대상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업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자전적 소설을 쓰고 나니 후련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 신체적 장애를 딛고 일어선 안학수 씨가 각고의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무 살 때까지 형에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에 눈을 뜨면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했지요. 그분도 양심의 가책을 못 이겨 평생 알코올 중독자로 사셨습니다. 몇 해 전 처음으로 용서를 빌어 화해했는데 얼마 뒤 돌아가셨습니다.”

안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기술학원에서 세공기술을 익혀 금은방과 시계점을 차려 9년 동안 돈도 꽤 벌었다. 1985년 교회에서 중매로 만난 서순희 씨(52)와 결혼도 했다. 서씨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은 지체장애 소설가이다.

1997년 계간지 ‘정신과 세계’를 통해 등단해서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도 일했다. 부부는 보령출신 문학인 모임인 한내문학회에서 고 이문구 선생의 지도를 받았다. 안씨는 귀금속을 취급하다 보니 손님이 찾아와도 경계부터 하게 되는 자신이 싫어 2000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만 걷고 있다.

문학으로 부창부수하는 두 사람은 친척이 빌려준 방 두 칸짜리 집필실을 3개월씩 이용하면서 글을 쓴다. 꼽추아들 때문에 평생 가슴앓이 한 부친(87)과 모친(82)을 집필실 인근의 집에서 번갈아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바쁘게 산다.

지난 6월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천안 쌍용도서관에서 일반인과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루 종일 문학 강의를 한다. 대천역과 천안역을 기차로 오가느라 힘들지만 문학을 통한 소통이 즐거워 신바람이 난다. 인터뷰 도중에도 어디선가 강연을 해달라는 섭외전화가 걸려왔다.

흔쾌히 승낙한 그는 힘주어 말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나의 삶에서 희망을 얻었으면 합니다. 소설 제목의 75㎝는 일반인과 척추장애인의 키 차이이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내미는 팔의 길이입니다. 고통에는 뜻이 있다고 했습니다. 화해와 소통이 치료제입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속에서 필자는 두 개의 육봉에 지방과 영양분을 저장해서 사막을 묵묵히 건너는 쌍봉낙타를 떠올렸다. 그리고 안씨의 신춘문예 당선작 ‘제비’의 가사를 생각하면서 곰삭은 그의 인생에 박수를 보냈다.

전깃줄에 모여서 즐거운 제비/ 오선지에 담긴 음표인가 봐/ 바짝 바짝 조여 앉아 빠른 박자/ 널리 널리 띄어 앉아 느린 박자/ 밑줄에서 부르면 낮은 도 레 미/ 윗줄에서 부르면 높은 라 시 도/ 햇살 따라 요모조모 변하는 악보/ 한 구절 두 구절 잘도 넘겨요.//
안학수, 그는 작지만 큰 사람이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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