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호에 무동력 운반선 갯배가 오가는
속초 청호동의 함경도 실향민들 정착촌
TV ‘1박2일’에 소개된 뒤 방문객 줄이어
2, 3세대모임 ‘아사모’ 고향지키기 힘써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의 아바이마을이 최근 관광명소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6.25 때 월남한 실향민들의 정착촌인 아바이마을은 남북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으로 오래전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아왔다.

2000년 KBS TV 드라마 ‘가을동화’를 이곳에서 촬영해 더욱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같은 방송사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청호동은 동해와 서쪽의 청초호(넓이 1.38㎢, 둘레 5㎞) 사이에 형성된 어촌마을이다. 목이 잘록한 항아리 모양의 청초호는 조선 후기의 지리서 택리지가 낙산사 대신 관동 8경의 하나로 꼽았던 절경이었다.

◇남북분단의 상징인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중앙동을 오가는 갯배의 모습.

7월 말 현재 청호동에는 2274세대 437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1통(統)인 아바이마을은 함남 북청군 신포면 출신이 많아서 신포마을로 불려 왔다. 이곳에는 177세대 321명이 살고 있다. 청호동에는 함경도식 냉면과 순대를 파는 식당, 횟집, 젓갈가게, 건어물 포가 밀집돼 있다.

아바이마을에서 속초를 나가려면 1940년 건설된 우회도로를 이용하거나 무동력 도선인 갯배를 타고 청초호를 건너야 한다. 갯배는 고기잡이하던 실향민들이 말린 오징어와 명태 등을 시장에 내다 팔고, 곡식과 생필품을 사서 마을로 돌아오던 교통수단이었다. 호수를 돌아가는 우회도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갯배로는 3~5분이면 중앙동까지 갈 수 있다.

중앙동 선착장에서 아바이마을 나루까지 묶어놓은 50여m의 쇠줄이 갯배의 한가운데를 지난다. 35명 정원의 배에 오르면 쇠 갈고리를 한 개씩 준다. 이것으로 쇠줄을 당기면 배가 앞으로 나간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하는데 요금은 청호동 주민은 무료, 관광객은 편도 성인 200원이다.

속초시는 청초호를 건너 아바이마을 어귀까지 건설된 청호대교를 2012년 8월 동명항까지 연장하는 공사를 최근 착수하면서 우회도로 제거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시는 아바이마을 주민들이 마을에서 청호대교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까지는 계단을 통해 걸어 다니느라 불편을 겪어왔다.

청호동에는 실향민 2,3대로 구성된 ‘아바이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2005년 11월 결성된 아사모 회원 20여 명은 월 1회 모여 마을발전방안을 모색한다. 월 2회 백사장을 청소하고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생필품 바구니도 전달한다.

아사모 총무 이창복 씨(46ㆍ광고업)는 “아바이마을을 중심으로 실향민 테마마을을 조성하면 주민들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되고 지역 관광도 활성화할 것” 이라며 “부모님들이 피땀 흘려 일군 아바이마을을 소중하게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속초에서는 설악문화제가 열린다. 올해 46회 설악문화제는 설악제(14~16일)와 설악페스티벌(22~23일)로 나누어 설악산과 속초해수욕장, 청초호 유원지 등지에서 열린다. 단풍의 계절에 설악문화제를 둘러보고 아바이마을에서 갯배를 타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상국 시인의 ‘청호동 갯배’라는 시를 생각하며 실향민들의 짙은 애환이 서려 있는 아바이마을을 떠났다.

갯배를 아는지/ 언제 가나 함경도/ 자벌레 제 몸 재며 가듯/ 온몸으로 기어가는 배를 아는지/ 그 배 타고 꽃 피는 단천 가는 사람들 아는지/ 한 오십 년 속초와 신포 사이를 오가는

꿈길을 아는지/ 가다가 가다가 풍덩 푸른 동해 빠져 죽고 싶은 배를 아는지/ 혹 역사라는 멍텅구리 배를 아는지/ 함경도에 가본 적이 있는지/ 청호동을 아는지//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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