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6일 ‘건설근로자 임금보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건설업에서 임금 체불이나 지연지급 등의 사례가 많아 서민생활을 어렵게 하니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구구절절 내용이 많지만 핵심은 이겁니다. ‘공공공사의 발주자와 원수급인은 그 전월 임금지급 내역을 확인 후 하수급인에게 노무비를 지급하고, 근로자에게도 지급사실을 곧 바로 알려야 한다.’ 즉, 공공공사에서 노무비는 별도로 관리해 건설 근로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체불임금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건설근로자 임금 지급 보증제도와 2회 이상 임금을 체불하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토록 하는 방안이 함께 도입된 걸 보면 이제 공공공사를 하도급 받은 전문건설업체들이 근로자 임금지급에 있어서는 더 늑장을 부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구라도 정부의 이런 방침에 크게 토를 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수년간 진행되어온 양극화 현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이 서민인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근로자들이야말로 대부분 서민 중의 서민이니까 이들이 임금을 제때 받도록 하겠다는 건 박수를 받아 마땅한 조치인데 누가 감히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코스카저널에서 이 기사를 취재한 기자는 정부의 이번 방침을 두고 ‘두통 고치려다 위장에 구멍 내는 격’이라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종합업체의 과잉대응을 제어할 수단이 빠져 전문건설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취지는 좋은데 방법이 틀렸다는 말이지요. 그는 ‘건설근로자 도우려다 전문건설업체 경영권이 침해받고, 그러다가 전문업체가 경영난에 봉착하면 건설근로자들은 어디 가서 무슨 일해서 임금 받나’ 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게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닌 것이, 그가 쓴 지난주 코스카저널 1면 머리기사를 보면 ‘벌써 상당수 원도급업체들이 전월분 임금지급대장이나 근로자 임금지급통장 사본을 기성금 청구서에 첨부토록 하거나 체불 여부와는 상관없이 노임을 바로 근로자 통장에 입금하고 있어 사실상 원도급업체에 의한 하도급업체 경영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전문건설업체의 노무관리 노하우와 임금내역이 알려지면 공사원가도 드러나게 되는데 이 경우 원도급업체의 공사비 쥐어짜기가 더 심해질 수 있으며 결국 하도급 전문건설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게 이 기자가 내다보는 이 제도의 전개 방향입니다.

거기다가, 이 제도는 건설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금지급 주기가 제각각이고, 기성금을 받아 월급이나 일급을 지급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실정에서 임금지급 확인 후 기성금을 지급토록 하면 노무처리가 복잡해지고 일시적 자금난도 예상된다는 것이지요.

또 원도급업체가 임금을 직접 지불할 경우 퇴직금 정산 등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고 근로자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는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이번에 발표된 ‘건설근로자 임금보호 강화방안’은 하도급 전문건설업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지와는 달리 궁극적으로는 건설근로자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쓴 기사의 요지입니다.

독자님들, 혹시 지난주 코스카저널 1면 머릿기사의 두 줄 제목을 기억하시는지요? 생각이 안 나는 분들을 위해 다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건설근로자 임금은 보호하고 하도급사 경영권은 보호 않나’입니다. 아래 위 12자씩 운율이 딱 맞아떨어지는 좋은 제목이지만, 이 기자의 말을 듣고 보니 차라리 제목을 그가 말한 대로 ‘두통 고치려고 위장에 구멍 내나?’라고 붙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 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평소에 ‘머리 아픈 것 보다는 위장에 구멍이 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위장이 탈나는 게 머리 아픈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믿지만 말입니다. /정숭호 코스카저널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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