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종국에, 필경, 드디어, 비로소… 박희영이가 LPGA무대서 한 건을 올렸다. 실로 오랜만인, 96전을 치른 뒤에 아주 어렵게 겨우 건진 우승이어서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예기치 못한 희영 낭자가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011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우리의 신지애를 울린 적이 있었던 독일 산 처녀 산드라 갈을 물리치고 상금으로 50만 달러(우와~ 우리 돈 5억7000만원)와 함께 한국여자골프 LPGA투어 101승의 주인공이라는 명예를 얻은 것.

우리가 듣는 삶의 지혜랄까 덕목 중에 ‘한 우물을 계속 파라’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가 있다. 근데 이 말들이 사실은 위험한 부분도 있다.

수맥이 전혀 없는 곳에 계속 삽질을 한들 지구의 반대편이 구멍이 나더라도 끝내 물이 안 나올 테니 무모한 짓이고, 10회가 아니라 100회의 도끼질을 해도 안 꺾이는 나무가 있으니 이 경우 또한 말짱 헛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우물’과 ‘10번 찍는’ 정신자세는 계속 칭송되고 있다. 한 우물을 파되 다른 것에 한 눈파는 게으름을 절대 피우지 않으면 물은 콸콸 나오게 되어있고, 10번 찍어 잘 안 넘어가면 도끼날을 세우고 11번을 찍든가 또는 전기톱을 이용해 자르면 그 나무는 종국에 쓰러진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그동안 LPGA무대 우리 여자선수들의 성적을 좀 살펴보자. 사실 구옥희의 1988년 우승 이후 잠잠하다가 박세리가 건너가 바람을 일으킨 첫해인 1998년부터 매년 하고 싶은 만큼, 우리 선수들 맘대로 우승을 챙겼다.

그러다가 98승으로 2011년을 맞았는데, 답답하게도 우승이 잘 나오지 않았다. 올해 가장 형편없는 흉작을 내는가했다. 박희영 이전에는 유소연과 최나연이 1승씩을 한 것밖에 없었으니까.

신지애와 최나연이는 올 시즌 초에 서로 비슷한 ‘고백’을 한 적이 있다. “LPGA무대가 자꾸 힘들어진다. 우리가 못하는 것인지 다른 선수들이 잘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우리의 장점을 외국선수들이 그대로 모방하고 마침내 그들 기술로 습득한 결과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철저하게 경쟁 속에서 성장하느라 진짜 엄청나게 연습을 했다. 오죽했으면 세계 여자골프계가 한국 선수들을 가르켜 ‘골프 기계’라고 하며 흉을 다 봤을까.

그러더니 그들은 우리를 ‘오기에 빠진 독종’이라고 손가락질 하다가 슬그머니 따라했다. 그들이 최근 10년 이상 한국선수들이 모은 우승컵에 뭔가가 있다 하고 벤치마킹을 한 것이다.

크리스티 커는 취미생활을 줄였다고 털어놨고, 폴라 크리머도 동계훈련 기간을 늘렸다고 밝혔다. 반대로 한국 선수들은 10년 전 박세리나 김미현처럼 치열하게 볼만 치진 않은 것 같다.

어쨌건 ‘뭐든 하려들면 마침내 이뤄지고 만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의 희영이가 제대로 증명해 보였다. 사업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있어서 해도 해도 안 돼서 접으려 했던 사람들은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문자 공부 좀 하자. ‘곤룡입해(困龍入海)’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갇혀만 있던 용이 마침내 바다에 들어간 것을 말하는데, 영웅이 때를 만남을 말한다.

또 용을 빗댄 말로 ‘어변성룡(魚變成龍)’도 있다. 보통의 물고기가 드디어 용이 되었다는 뜻으로, 비록 초장이 신통하지 못해 기대를 받지 못하던 사람이 어떤 계기로 훌륭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박희영의 우승에서 이게 읽힌다.
자 힘을 내자. ‘마침내 이뤄지리니!’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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