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아지매, 저기 저 우산 내 좀 빌려 주실랍니꺼?”

말은 빌려달라고 했으나 우나는 주인아줌마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우산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빗줄기는 조금 전보다 굵어져 있었다. 그리고 포장마차 옆 파라솔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유미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대로 보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3류 모창가수 주제에 어디서 언감생심이냐며 뺨이라도 한 대 맞는다면 차라리 후련하기라도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유미가 있는 파라솔로 들어간 우나. 우나는 유미의 바로 옆에까지 다가갔지만 차마 그녀에게 말을 걸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인기척을 느꼈던 것일까? 유미가 돌아보았다.
우나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놀란 건 유미였다. 자신이 훔친 우나의 다이어리가 백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우나와 유미.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포장마차에서 와장창 하고 들리는 냄비 떨어지는 소리였다.

우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포장마차를 쳐다보았고, 유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빗속으로 뛰어나가려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우나가 유미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잡긴 잡았으나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나는 더 어색해 졌다.

그렇게 어정쩡한 모습으로 마주 선 우나와 유미 사이에 다시 긴장과 정적이 흘렀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유미다

“왜… 왜 이러시는 거죠?”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아까 본 것은 오해라고 할까? 아니면 첫눈에 반했으니 차라도 한 잔 하자고 할까?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으나 그 어느 소리도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우나는 억지로라도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소리는 어이없게도 딸꾹! 하는 딸꾹질이었다.

평소 긴장을 하면 딸꾹질하는 버릇이었는데 이럴 때 딸꾹질이 터질 줄이야.
“저… 그게 아니라요… 이거 드리려고요.”

우나는 자신의 손에 들려진 우산을 유미에게 내밀었다.
어떻게 든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유미는 우나를 무시하고 빗속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갔다.
“자… 자… 잠깐만요! 이거 쓰고 가세요.”

유미 쪽으로 쫓아 나온 우나는 그녀 앞에서 우산을 펼치려 했으나 우산대에 녹이 슬어서 펼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낑낑거려 간신히 편 우산은 그나마 우산살이 서 너 군데 부러져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우나는 난감했다. 이 우산과 반짝이 옷을 입은 삼류 모창가수인 자신의 모습이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우산 뭐 있어요? 비만 안 새면 되는 거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 우산의 찢어진 틈으로 빗물이 주르륵 흘러들어와 우나의 얼굴을 때렸다.

그 모습에 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어버렸다.
우나는 창피했으나 유미의 웃는 모습이 좋았다.

그렇게 마주선 두 사람.
나훈아 노래 중에 해변의 여인이 있다.

‘물위에 떠 있는 황혼에 종이배. 말없이 바라보는 해변의 여인아’로 시작하는 그 노래.
우나는 유미가 마치 해변의 여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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