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소나기는 우나와 유미가 카페를 나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우나는 유미가 돌려준 그 낡은 우산은 이번에도 잘 펼쳐지지 않았다. 우나가 낑낑거리며 우산을 펴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가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놀란 유미가 그것을 피한다는 게 공교롭게도 우나의 품으로 안기는 꼴이 되었다. 유미보다 더욱 몸 둘 바 몰랐던 건 우나였다. 유미는 그런 우나가 싫지 않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얼마 만이던가.

천형이나 다름없는 병에 걸리게 해 놓고도 뻔뻔함으로 일관했던 병원 측 관계자, 피해자인 자신을 벌레 보듯 했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박 감독. 우나가 비록 나훈아 흉내나 내는 3류 인생일지 몰라도 우나는 분명 그들과 달랐다. 유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
우나가 든 우산 하나로 비를 피하고 있는 두 사람. 그러나 우나가 들고 있는 우산은 거의 유미 쪽으로 넘어가 있어 우나는 그대로 비를 맞고 있었다. 유미가 우산을 우나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우나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비슷하게 생기셨어요.”
비슷하다는 말에 우나는 씁쓸했다. 나훈아 모창가수로서 그와 비슷하다는 것만큼의 칭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자에게만큼은 아니었다. 이 여자에게만큼은 ‘짝퉁 가수 나우나’가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인 ‘정현식’으로 기억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여쭤 봐도 돼요?
유미가 가만히 우나를 바라보았다.
“립스틱 자국은 버터로 빼고, 각설탕 먹으면 딸꾹질이 멈추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나훈아 머리 모양으로 파마하셨죠? 그거 오래가게 하는 법도 알려드릴까요?”
유미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샴푸 대신 린스로만 머리를 감아 보세요. 그럼 오래갈 거예요.”
“전… 비누로 감는데.”

진지한 듯 엉뚱한 우나. 유미는 그런 우나가 좋았다.
“그럼 비누 대신 린스로 감으세요.”
유미의 얼굴에 활짝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그때 기다리던 버스가 그들 앞에 섰다.

간단한 목례하고 버스에 올라타려는 유미. 우나가 그런 유미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버스에 타려던 유미가 기다렸다는 듯 돌아봤다.

“회사 다니세요?”
지금이 아니면 끝이라는 생각에 우나는 전화번호를 물어 보려 한 것이었으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엉뚱한 말을 뱉은 것이다.

예기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유미가 잠시 갈등했다.
“배우예요.”
유미는 그 말을 남긴 버스에 올랐고, 그녀를 실은 버스는 떠났다. 유미는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유미가 탄 버스를 바라보았다.

우나는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못한 것이 어쩌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제에 감히 누구를….
우나는 돌아서며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배우… 배우였구나. 어쩐지 죽이더라.”
그리고 우나는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 이 여자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은 딱 여기까지 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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