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4일자 조선일보에 8개 국어를 독학으로 습득한 언어의 달인(達人), 선현우씨 이야기가 실렸다.

그는 2009년에 한국어 무료교육 사이트 ‘Talk To Me In Korean’을 만들어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고 있다. 사이트에는 현재 160여 개국에서 30만 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최근에는 K팝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더욱 늘고 있다.

그는 한글날을 기념한 재미있는 행사도 유튜브에서 몇 년째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글날 축하 메시지를 한글로 직접 적거나 한글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는 과제를 줬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영국과 인도네시아 등 30여 개 나라에서 240여 점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그냥 넘기기엔 아까워 작품들을 모아 지난해 숙명여대에서 ‘한글날 전시회’도 열었다.

그가 조기(早期) 영어교육에 빠진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던진 충고는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요즘 국어는 등한시하고 외국어만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한국어는 우수한 언어이며, 많은 외국인들이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조선일보 ‘사람들’ 난에 톱 박스기사로 실린 재미동포 이지현(李智賢)씨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10년 넘게 미국에 살며 수많은 한국인들을 보아왔지만, 모국어를 바르게 할 줄 모르는 사람치고 영어 잘하는 사람 못 봤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참으로 정확한 관찰이다. 이씨는 미국인 남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과정을 인터넷上에 재미있게 소개한 ‘니나와 폴의 한국말 레슨’이라는 유머 에세이로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은 바 있다. 이씨의 충고는 영어를 잘 하게 하려면 국어를 잘 가르치라는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 이민 가서 살려면 몰라도, 외국어로 배우려면 우선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언어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어를 모르면 영어를 적절한 우리말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한자말을 잘 알아야 영어를 독해(讀解)하기 쉽다.

부총리를 지낸 조순(趙淳)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예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국어교육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몇 년 전, 월간조선 기고문에서 단언한 바 있을 정도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 미국 교육을 받아 성공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승만(李承晩ㆍ1875~1965년) 초대 대통령이다. 이승만은 조선조말 과거시험을 볼 만큼 한문에도 달통한 사람이었다.

우리 나이로 30세이던 1904년, 미국에 건너간 이승만은 지금도 미국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고 있는 조지워싱턴大 학사, 하버드大 석사, 프린스턴 大 박사 코스(국제정치학)를 6년 만에 마쳤다. 지금 한국에서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배워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끝내기 어려운 단기간이다.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우드로 윌슨 프린스턴大 총장으로부터 학위를 받은 그의 박사 논문 ‘미국의 영향을 받은 영세중립론’은 지금도 명문으로 꼽혀 프린스턴大 학교도서실에 전시되고 있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도 고전(古典)에 해박한 경제학자로 꼽힌다. 어려서부터 한문을 수학한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30대에 미국에 유학, 학사에서부터,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 또한 한문에 정통했기 때문에 영어를 쉽게 독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자말을 포함한 한국어의 중요성을 잘 이해할 만한 위치에 있으며,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국어교육의 중요성’은 설득력이 있다.

영어 뿐 아니다. 어떤 외국어를 배우려고 해도 국어 실력이 갖춰진 바탕 위에서 시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론이다.  /조남준 전 월간조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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