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그녀의 남자 고르는 방법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난 정말 내 눈을 의심했어. 이 공부 웬만큼 하면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안 좋은지 한눈에 들어오기 마련이거든.

그런데 이 남자는 어디 한 군데 흠 잡을 데가 없는 거야. 반듯한 이마에 솔잎처럼 청청한 눈썹, 포도 알 같은 눈, 높고 곧은 코, 갈매기 모양의 입술. 정말 하나님이 관상 책 펴놓고 좋은 것만 골라서 만들어 놓은 것 같더라고.

그런데 너 그거 아니? 정말 애타게 찾던 걸 찾잖아, 그럼 맥이 탁 풀린다. 내가 그랬어. 그 사람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그렇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오해를 한 거야. 그 사람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머리카락을 길게 길렀는데, 자기는 내가 그게 거슬려서 자기를 빤히 바라본다고 생각을 했던 거지.

 
나한테 그러더라고. “제 머리가 긴 게 이상하세요?” 그래서 내가 그랬지. 더 기르라고. 그러니까 그 사람이 깜짝 놀라더라고. 보통은 남자가 무슨 머리카락을 기르냐며 곱지 않게 바라보는데 나는 다르다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면 시원하시죠? 그게 왜 그런지 아세요?” 모르더라고.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한 수 알려 주었지. 너희들도 머리 자르고 시원하다고 느낀 적 있지? 머리카락을 울혈이라고 하는데, 울혈(鬱血) 즉 막힌 혈관이란 뜻이야. 쉽게 얘기해서 머리카락은 원래 혈관이었다는 말씀이지. 그래, 머리 쪽에 있는 혈관이 변해서 머리카락이 된 거야. 그런데 머리카락을 커트한다는 것은 막힌 혈관을 자르는 것이고, 막혔던 것이 트이면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시원하겠지? 그래서 머리카락을 자르면 시원한 기분이 드는 거야.

그런데 거꾸로 머리를 기르면 어떻게 되겠니? 가뜩이나 막힌 혈관이 더 막히겠지. 생각해 봐. 혈관이 막히면 활동적인 사람이 되겠니? 아니면 정적인 사람이 되겠니? 이제 좀 이해가 돼? 그리고 이제 좀 알겠지? 예술 하는 사람이 머리를 기르는 건 멋을 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좀 더 정적이고 감성으로 만들기 위해서야.

음악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그런데 그 사람은 관상이 좋아서 그런지 머릿결도 좋더라고. 그래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쭉 해 주며 머리카락을 더 기르라고 얘기를 해 줬더니 되게 좋아하더라. 나하고 코드가 맞는 거 같다나. 분위기 좋았지. 2002년 월드컵 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슬로건 아래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행복했잖아.

나도 그랬어. 그 남자를 보고 있자니 내 꿈이 이루어진 것 같더라니까.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어. 좋다 말았다는 표현 이외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어. 그 남자, 내가 머리카락을 더 기르라고 하니까 기분이 우쭐했던지 자신 있게 자기의 긴 머리카락을 꽁지로 묶는데… 글쎄 이 남자 귀를 뚫은 거 있지? 그걸 보고 있자니 내 꿈에도 구멍이 뚫린 것 같더라고.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려도 유분수지 정말 어이가 없더라니까. 내가 물어봤지. 왜 귀를 뚫었냐고? 그랬더니 뭐래는 줄 아니? 농담이랍시고, “신경통엔 좋다고 하던데 이것도 잘 한 건가요?” 이러는 거 있지. 그래서 내가 그랬어. “복주머니에 빵꾸 낸 거예요!” 잘 생각해봐. 부처님, 공자, 유비,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등.. 이렇게 잘 난 사람들의 초상화를 잘 봐봐. 공통점이 뭔 줄 아니? 바로 귓밥이 두툼하다는 거야.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 귓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 자기 신세를 자기가 망쳐도 정도가 있지. 제 정신이야? 남자가 왜 귀에다 구멍을 뚫어. 그러니 내가 복주머니에 빵꾸났다는 소리를 안 해? 그런데 세상엔 정말 운명이란 게 있나봐. 그 남자한테 퇴짜를 날리고 호텔을 막 나오려는 찰라 정말 내가 그토록 오매불망 찾고 또 찾아 헤매던 진짜 얼굴을 발견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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