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환련백발다 對酒還憐白髮多
년광여수부정파 年光如水不停波
산조상춘춘이모 山鳥傷春春已暮
백반제내낙화하 百般啼柰落花何

많은 백발 술잔 앞에 다시금 서글픈데
가는 세월 물과 같아 쉼 없이 흘러가네
산새도 시름하지만 봄은 이미 저무니
아무리 울어본들 지는 꽃을 어이 하리

이 시를 지은 오경화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본관은 낙안(樂安), 자는 자형(子馨), 호는 경수(瓊叟)라는 정도의 정보밖에 알려진 것이 없다. 중인 계층인 위항인(委巷人)들의 시를 모은 ‘풍요삼선’에 이름을 올려 위의 시 1수를 전하고 있으니, 위항시인으로 판단된다.

계절은 봄으로 시작되어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에 이르러 하나의 고리를 완성한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만물이 생겨나 꽃을 피우는 시절이기도 하다. 새로운 탄생과 화려함, 그리고 더 많은 성장을 내포하고 있는 봄은 인간에게 있어서도 흔히 젊은 날에 비유되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꽃잎 지고 녹음이 짙어가고 있는 늦봄 어느 날, 새소리 울리는 산중 어디에선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햇살 좋은 자연에서 새소리를 벗하고 있으니 즐겁고 한가로워야 할 것만 같은데, 시인은 술잔 속에 깊은 서글픔을 담아 마시고 있다.

저무는 봄에 꽃잎만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젊음도 백발로 변해가고 있음을 알겠기에. 저 새들이야 어찌 지는 꽃이 서글퍼 울겠는가만, 내 마음이 서글프니 새소리도 서글프게 들리나 보다. 계절의 봄이야 순환의 연결 고리 속에서 아무리 추운 겨울이 닥치더라도 그 안에 잉태되었다가 다시 찾아오지만, 인생의 봄이야 한 번 가면 그만이라 더더욱 우리네 마음을 시름겹게 하는가 보다.

요즘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 봄날이 가는지 돌아볼 여유도 없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봄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도 다 지나고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발 더 나아가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을지도 모르겠지만 시들어가는 꽃보다는 남은 인생을 위하여 술잔을 들어보자.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한시감상>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