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개발하거나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업무를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물론 오랜 기간 지자체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고통을 호소한다.

또한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사업이 멈추거나, 투자의 적기를 놓쳐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민원인들은 수 없이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토지 이용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인·허가 간소화법)을 심의하고 있다. 인·허가 간소화법은 개발행위나 건축 등의 인·허가를 위해 거쳐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위원회 절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자체의 도시, 건축, 경관, 재해, 교통, 산지 등 6개나 되는 위원회를 통합하여 하나의 통합 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위원회 중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계획위원회의 경우 심의 기간을 30~45일로 정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여러 안건을 묶어 일괄 심의하기 때문에 실제 심의 기간은 대폭 늘어나고, 개최 주기 역시 지자체마다 상이하여 심의 기간의 예측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건축위원회와 경관위원회,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심의위원회, 산지관리위원회, 사전재해영향성검토위원회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때문에 통합 심의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인·허가 간소화법은 통합 심의를 허용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추진한 규제완화 법안이다. 그런데 민원인의 편의 증진과 정책 결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한 목적과 달리, 인·허가 간소화법 원안은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장만이 통합 심의를 결정할 수 있고, 민원인이 직접 통합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와 근거가 없는 ‘반쪽짜리 규제완화’ 법안이었다.

본인은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 위원으로서 지난 11월14일 인·허가 간소화법을 심의하며, 규제완화라는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민원인이 직접 통합 심의를 신청하도록 원안을 개선했고, 수정안대로 같은 달 19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수정안은 ‘토지이용 인·허가를 신청하려는 자는 인·허가를 신청하면서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허가권자에게 통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인·허가권자는 통합 심의 여부, 통합 심의의 방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요청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요청인에게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개발행위에 대한 지자체의 심의는 철저하게 실시하면서도 절차를 간소화했고, 민원인에게 실질적인 규제완화 효과도 제공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정된 인·허가 간소화법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자구 및 체계 심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의 입법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예를 들어 10만㎡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현재의 18개월 가량에서 10~11개월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길고 좁던 형태의 심의절차가 넓고 짧은 형태로 개선되는 것이다.

정부도 향후에는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규제완화로 인한 관리감독 소홀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려하는 한편 생색만 내는 행정이 되지 않도록 민원인 입장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여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충북 청주시·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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