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수대교와 행주대교 붕괴 등 수많은 국가 주요 시설물 관련 사고로 인명과 재산을 잃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대부분의 사고가 부실공사나 안전관리 소홀 등 인재(人災)로 밝혀졌으며 그때마다 각종 대책이 마련되는 악순환도 경험했을 뿐 아니라 불신풍조 만연 등 사회적 부작용 역시 만만찮았다. 따라서 국가의 여러 가지 책무 중 주요시설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본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시설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업무를 살펴본 결과 기대와는 달리 아직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공단은 지난해 일당 인부를 고용해 65개 주요시설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다 검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상 특급기술자가 수행해야 할 안전진단 업무를 일당 인부를 고용해 수행한 결과 부실 점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진 재판에서 금품수수를 이유로 국토교통부 서기관과 공단 직원 3명이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고 현직에서 모두 파면됐다. 공단 직원 2명은 사기공모를 이유로 아직도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와 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부인원 80명이 포함된 대규모 재점검 추진단을 구성해 재점검을 실시했으며 종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결함이 10개소에서 발견되는 등 그 동안의 부실점검이 실제 확인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공단은 재점검을 마치고 작성한 ‘일급제 활용 진단 시설물 재점검 결과보고’에서 오히려 문제를 축소하고 책임을 떠넘기며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실망을 주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급제 고용을 줄이겠다며 내 놓은 후속 대책이다. 공단은 일당으로 쓰던 인력 만큼 계약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일당 인부를 월당 인부로 대체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방안을 대책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물론 국민들의 우려는 고용이 불안정한 인력이 안전진단 업무를 수행하면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져 부실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단은 종합 대책으로 공단의 정규직 직원이 안전진단 업무를 전담하겠다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 안전진단이 소홀히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일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단은 검찰이 부실 점검의 또 다른 원인으로 문제 삼은 민간업체의 불법 하도급에 대해서도 불법 하도급을 합법으로 전환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대책을 내놓았다.

현행법은 전문기술을 요하는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공단은 오히려 하도급을 확대하는 반대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 역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단은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서 예산이나 인력부족을 탓하기 전에 시설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시설물의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정부와 공단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청주 청원구·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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