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화재안전 확보 시급 - 이승우 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지난 10년간의 통계에 의하면 화재발생 건수는 연평균 8.6%, 재산피해는 연평균 20.9%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2003년 한 해 동안에만 3만1천여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2천833명의 인명피해(사망 744명) 및 약 1천억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최근 대규모 아파트·대형 사무실 건물· 쇼핑몰·호텔·공장 및 물류창고 등의 증가로 건축용 바닥재 및 샌드위치패널재 등의 건축자재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 제품 중 70∼80% 정도는 PVC·스티로폼·우레탄 등의 가연성 재질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유기내장재 사용증가

지금까지 국내 화재연구는 내화구조 등 구조적 화재안전분야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를 비롯한 최근의 대형 화재사건을 분석해 보면 화재현장에서의 사상자 발생은 대부분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유해물질 및 산소농도의 급격한 저하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사의 증가는 건축내장재인 유기재료의 사용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안전성 평가방법 미비

유기재료는 발화가 용이하고 일단 발화하면 많은 양의 열과 유해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1999년 화성 청소년수련원 화재, 2001년 대구 대형공단 공장 화재 등 인명피해가 많은 우리나라 건물화재 사례의 경우 샌드위치 패널 등 가연성 구조이거나 통로 바닥 등에 가연성 내장재를 사용함으로써 화재 확산이 급속히 이루어져 피해가 커졌다. 현재 사용되는 샌드위치패널은 가연성 단열재의 패널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적절한 평가방법 미비로 화재안전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건축물에 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재 시 피해가 큰 건물·선박·차량·항공기 등의 구조 내장재로는 난연재·불연재 사용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난연재 ·불연재 등에 할로겐화 물질이 첨가되어 있어 발화시 오히려 유해가스 발생의 요인이 되므로 국제해사기구(IMO)·국제철도연맹(IUR) 등에서는 연소유해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내장재의 화재 안전성 평가방법의 도입은 국민의 안전 및 외국으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유해가스 피해가 더 심각

또한 화재의 전파는 내장재료의 형상·화재공간의 크기·개구부 형태·화원의 종류 등 여러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되며, 특히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내장재료는 화재 하중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화재에 안전한 내장재료의 사용은 피난시간 확보 및 화재 지연에 영향을 줌으로써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내장재의 화재 위험성을 측정하는 ‘화재반응시험’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에 대한 내화시험과는 달리 내장재료 및 가연재료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화재반응시험을 통해 열방출률·발연량·착화성·불연성·연소생성물의 유해성 등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화재 위험도의 정량적 평가가 가능해진다. 특히 화재반응시험은 최근의 성능규격(performance-based standard) 중심의 화재안전시험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물의 내화구조에 대한 정부인정 및 사후관리, 내화성능시험 등 각종 화재시험 및 검사 실시 등의 임무를 수행해 온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최근 재료의 연소특성 및 발열정도· 연소가스의 분석을 통한 유해도 평가를 위한 시험장비를 구축, 가동 중에 있다.

국제수준 시험인프라 필요

이 분야는 향후 실질적인 화재안전 확보를 위한 재료 및 연소분야의 자료 생성과 평가방법의 개발, 국내현실에 적합한 화재모델의 수립 및 적용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대형화재사건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로부터 안전에 매우 취약한 국가로 인식되어 국가 위신 및 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야기되는 화재로부터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하루 속히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안전문제를 중요시하는 시장여건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화재안전분야에 대한 국제수준의 시험연구 인프라의 구축·개발 및 실용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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