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예방 제도에 허점

지난해 11월3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시장 상인들이 평생을 일군 터전과 재산을 일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최근 몇 년 동안 창고, 고시원, 위락시설 등 도시지역내 다양한 건축물에서 화재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화재의 유형과 규모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 내 건축물이 대형화·고층화·밀집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화재안전 시스템은 건축물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Passive system과 소화·경보설비 등을 강화하는 Active system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와 진화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늘리기 위해서는 건축물 주요부분의 내화나 안전성을 강화하는 Passive system이 더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붕의 내화구조 미적용이다. 내화구조란 건축물에 있는 재실자의 피난시간 확보, 건물의 붕괴 및 연소확대 방지, 소방 및 구조활동과 안전확보, 주변으로의 화재확대 방지 목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붕’은 지붕틀과 지붕판을 합쳐 ‘지붕’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지붕에 내화구조가 필요한 이유는 소방력 접근이 어렵고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설비도 지붕에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화재확산에 가장 취약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붕’이 내화구조로 돼있지 않고 지붕틀만 내화구조로 돼 있어 화재 시 지붕붕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다. 철근콘크리트나 벽돌조와 같이 불연재로 지어지는 일반적인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 내화구조 성능이 충족돼 문제가 없다. 단열재 양면에 철판을 붙여 만들어지는 샌드위치 패널은 그 자체만으로는 내화구조 성능을 갖기 어려워 화재 시 대부분 붕괴가 동반되며, 갑작스런 붕괴로 소방관 및 일반인들의 인명피해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지하주차장에 가연성 마감재료의 사용이다.

건물이 대형화, 고층화 되어감에 따라 지하주차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으며 화재의 빈도도 높아져가고 있다. 차량의 화재 특성상 화재 시 대량의 연기가 발생하고 지하주차장과 같이 닫힌 공간에서는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아 피난을 방해하고 패닉을 발생시켜 소방 활동에도 장애가 되기 쉽다.

이에따라 현재 지하주차장 및 필로티, 통행에 관련된 부위에는 준불연재료 이상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주차장의 벽체나 차수벽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주차장에서의 방화 및 화재 빈도가 높아져 가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부분도 시급히 개선 검토돼야 할 부분이다.

화재 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주어진 게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현대의 화재는 개개인의 주의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국가차원의 제도개선과 대책마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아직까지 정비되지 못한 부분들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발굴해 내고 제도개선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우리 의원실 주최로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등 정부부처와 관련 단체를 모아 화재안전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실무자들만 모아 간담회를 개최하며 건축법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도 건축물의 안전성을 높이고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마련을 위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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