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관리

공사현장의 십장(팀장) 등 중간 관리자를 기술관리 전문가로 육성하고 전문자격증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건설일자리 창출과 청년층 유인이라는 부대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복남 교수는 “같은 공법이라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발휘하는 성능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기술 디자인’ 개념이다.

기술 디자인은 최첨단기술이나 신기술이 아닌, 기존의 기술들을 발굴하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iPhone을 들 수 있다. 당시 개발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내가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다. iPhone은 남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 것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기술 발굴·조합해 새 기술 창조
일본선 ‘등록기간기능자’ 자격증 시행
시공방법·작업순서 등 조정권한 가져

건설업계에도 ‘기술 디자인’이 존재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시공 품질을 뽑아내기 위해 설계도면을 보며 핵심 공법과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같은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은 전체 사업기간의 25%도 채 되지 않지만, 나머지 공정을 좌우할 만큼 중요부분을 차지한다.

이복남 교수는 “이제 국내 업체들이 기술 디자인 역량을 키워야 할 때”라고 제시했다. 반복학습에 의존한 원가 끼워 맞추기가 아닌 상황에 맞게 기술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계산기로 표준품셈을 대입해 견적을 내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기술 디자인은 설계도면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은 물론이고 풍부한 현장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조직 또는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의견이다. 한편으론 “아직까지 국가직무표준역량 상 해당 업무를 보는 사람을 규정하는 직책 등이 없다”며 제도상의 미비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공사에 활용할 기술을 배치하거나 시공 방법 등을 선정할 때 탁월한 작업 능력과 현장 지식을 갖춘 기능공을 활용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바로 ‘등록기간기능자(登錄基幹技能者)제도’다. 등록기간기능자가 되기 위해선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 등의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제도는 1996년 전문건설업협회에 의한 민간 자격으로 시작됐고 2008년에는 건설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공인 자격으로 자리잡았다. 국토교통성 장관이 등록기관에서 실시하는 일정기간 기술강습 수료자를 ‘등록기간기능자’로 인정하고,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의 경영사항 심사에서도 평가대상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각 현장의 상황에 따른 시공 방법 등을 제안하고 조정하기도 하며 현장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법 등을 배치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작업 방법, 작업 순서 등도 등록기간기능자의 손에서 조율된다.

국내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등록기간기능자와 비슷한 맥락의 ‘건설품질명장제’를 도입,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건설품질명장은 △부실시공 여부 확인 △우수기능 시연 및 기능공 품질교육 △우수기능인 선별 및 등급평가 △공종별 작업절차 표준화(매뉴얼 제작) △공종별 작업 문제점을 LH 감독에게 보고 등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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