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LH 혁신 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발표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민간과 경쟁체제로
LH 전관은 입찰부터 원천 차단···부실시공 원천 차단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전문기관으로 이관
감리·설계·시공 상호 검증 강화로···건설 카르텔’ 혁파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 구조를 LH와 민간 경쟁 시스템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건설업계 카르텔 혁파를 위해서는 감리·설계·시공 상호견제 체계를 구축한다.

국토부는 12일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후속 대책으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내놨다.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민간과의 경쟁 체제로

◇LH 혁신 추진방향 /자료=국토부 제공
◇LH 혁신 추진방향 /자료=국토부 제공

우선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의 경쟁 시스템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공주택 공급 시 LH 단독 시행 또는 LH와 민간 건설사의 공동 시행만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간 건설사의 단독시행 유형도 추가해 LH 영향력의 배제하고, 자체 브랜드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자 만족도 등 평가 결과를 비교해 더 잘 짓는 시행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향후 공급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독점 공급자였던 LH는 우수한 민간사업자와의 경쟁 속에서 품질 향상 및 안전 확보 등에 대한 시장 요구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자체 혁신을 하지 않는 경우 민간 중심의 공급구조로 전환된다는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이다. 

민간 건설업계는 침체한 시장 여건 속에서 더욱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되면 주택기금 지원, 미분양 매입 확약 등 인센티브도 제공받을 수 있다.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 조달청 등에 이관···전관 업체 입찰 원천 배제 

정부는 LH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 위해 LH가 주택건설 과정에서 독점하는 이권의 핵심인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 권한을 전문기관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설계 및 시공은 조달청에,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단 법률 개정 전까지는 조달청)에 맡겨 LH의 이권 개입 소지를 차단하고, 품질·가격 중심의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2급 이상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사업 입찰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대폭 강화해, 이권 카르텔 형성 기반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대상자를 2급 이상에서 3급 이상 퇴직자로 넓히고, 대상업체도 200여 곳에서 4400여곳으로 확대한다. 재취업 판단기준 역시 공공기관 최초로 기관업무 심사대상자를 1급에서 2급으로 늘린다.

여기에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는 착공 전 구조설계를 외부 전문가가 검증하고, 구조도면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은 대국민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LH 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 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 기간 LH 사업에 대해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감리·설계·시공 상호견제 체계 구축으로 건설 카르텔 혁파

국토부는 LH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 만연한 카르텔 혁파를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확대하고, 선정방식도 단순 명부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한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택만 허가권자가 감리업체를 선정하는데, 앞으로는 5000㎡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 등 다중이용 건축물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어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를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해 고층·대형 공사 등의 책임감리로 우대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법인을 도입하는 등 감리의 전문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명확한 설계 책임 부여와 검증 체계 강화를 통해 부실설계를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화한다. 공공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를 민간공사까지 확대하고, 시공 중 기초와 주요부 등 설계 변경 시 구조전문가 검토를 거치도록 해 설계와 시공 간 상호검증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체계도 강화한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공공(국토안전원 등)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도록 현장 점검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또 불량골재 유통 차단을 위해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공종별 팀장은 특·고급 기능인 등 숙련 기능인을 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전과 품질을 중심으로 건설산업 시스템을 개편, 적정 공기 내에서 제값을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주택 사업에는 적정 감리비가 지원되도록 부족한 감리비를 건축가산비에 반영해 대가 기준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사업 인허가 때는 건축위원회(지자체)가 공기와 대가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과도한 공기단축과 공사비 삭감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불법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큰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 또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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