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관리

전문건설사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 중 하나가 원도급자와의 법적 분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업의 생존을 걸고 부딪쳐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법을 다뤄본 적 없는 전문건설사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 벌어져도 법원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하소연하며 중도에 포기하거나 조정을 거쳐 일을 마무리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엔 건설업의 원?하도급 분쟁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감이 줄고 수익률이 낮아지니 ‘이래 죽나 저래 죽나’하는 심경으로 을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건설도 법무능력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마…” 하다가 분쟁 휘말려
법 모르니 중도포기·울며 조정
대표부터 법 관심 갖는 게 중요
수시로 변호사 자문받으면 효과

◇법 앞에 작아지는 전문건설=경제주체가 계약체결 등 거래가 발생하면 서류를 남기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을 겪는 전문건설사들은 “갑에게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하도급자들은 원도급자에게 작업지시서 한 장을 받으려고 하면 그들에게 밉보일 수 있다는 걱정에 또는 ‘설마 별 일 있겠어…’하는 마음에 어떤 문서도 요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건설분쟁을 전문적으로 맡아온 모든 전문가들은 소송에서 을이 대부분 지는 이유에 대해 공통적으로 두 가지 점을 꼽았다. 첫 번째는 을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입증 자료가 없고 둘째 사안이 발생해도 법률적으로 어떤 내용이 쟁점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건설인은 법을 모르고, 법률가는 건설을 모른다=전문건설사에겐 법률가의 조력을 받을 만한 환경조차 조성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기업과 소송을 경험했던 한 전문건설사의 대표는 “이제는 소장을 직접 쓸 정도가 됐다”며 “변호사들이 건설을 하나도 모르니 그들을 가르치면서 일을 시키는 상황”이라며 씁쓸해 했다.

실제로 전문건설이나 원·하도급 분쟁 중 하도급자를 고객으로 삼는 변호사는 극히 드물다. 그나마 건설 전문 변호사라고 광고하는 곳들도 부동산이나 공동주택 하자, 발주기관과 대형 건설사 분쟁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건설사가 자문변호사를 구하고자 해도 마땅한 변호사가 없는 실정이다.

전문건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한 중형 로펌의 변호사는 “대표이사나 임직원 중 누군가가 법률이나 관련 제도에 관심을 두는 것이 최선”이라며 “그것이 어렵다면 그래도 변호사를 찾아 자문을 맡기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 로펌을 이용해 계약검토 등의 자문업무를 의뢰하는 한 전문건설사는 법률 분쟁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변호사는 “이런 일을 한두 번 치르다보면 거래 상대가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잡힌다”며 “해당 업체 직원도 변호사와 업무를 하다보면 법무 능력이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 한다=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법언 중 하나다. 내게 주어진 권리는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누릴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법도 나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 회사의 이익은 대표이사와 임직원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법률문제 역시 스스로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대표이사가 직접 법무업무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가 직접 계약서 검토가 어렵다면 직원에게 “이거 이상한 거 없나 검토해봐”라는 지시라도 해야 하고, 직원들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도록 평소에 교육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교육을 들을 경우 건설업에 직접 적용하지 못할 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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