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제8조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수리, 건설 또는 용역을 위탁한 후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다.그러나 실제로 원사업자의 위탁취소 행위는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고, 책임소재에 대한 양 당사자 간 입장차이도 커서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많이 신고되고 있는 분쟁이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위탁취소 행위에 대한 부당성 여부 판단을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조, 건설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것인지를 중심
최근 들어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 공사비 상승, 건설인력 부족,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최근 2023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10%가량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악재가 쌓이는 모습이다.건설경기 침체는 주택 분양시장에서 이미 체감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분양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월 이후 분양시장은 대규모 신규 공급(74개 단지, 5만9911가구)도 예고된 상
방송이나 통신과 관련한 이용자 권리 중 보편적 서비스권이란 게 있다. 누구든 방송이나 통신 서비스로부터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과거 전화 서비스 설치 과정에서 비롯된 권리 장치다. 전화 사업자는 인구밀도가 높은 곳을 사업 대상으로 선호하게 마련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선 설치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를 방지할 정책이 없을 경우 자연스레 지역에 따라 서비스 차등을 받게 된다. 보편적 서비스권은 이처럼 이용자들이 생존에 필요한 서비스로부터 소외 받지 않게 할 요량으로 정한 권리라 하겠다.대부분의 선진 사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건설경기는 6년 이상의 장기불황을 겪었다.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고, 환율은 급등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요동쳤고, 스테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거론됐다. 위기로 인해 내렸던 기준금리는 물가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택경기 역시 매우 부진했고,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진한 경제여건에 금리 환경마저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하락은 불가피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니 주택공급에 비해
몇 년 전 한 대형건설사 마케팅 담당자에게 “서울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걷어내야 할 규제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부담금’을 지목했다. “이들 규제 때문에 재건축 조합이 사업 추진을 망설인다”며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말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했다.최근 정비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나왔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을 경우 정부가
‘균형발전’이 화두다. 공간 양극화를 시정하기 위해서다. 한국엔 소득 양극화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공간 양극화에 대해선 놀라우리만치 무관심하다. 진짜 문제는 공간 양극화다. 소득 양극화는 제도보완을 통해 호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간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다. 한 곳에 집중된 사회간접자본과 인프라를 뜯어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간 양극화는 생산요소 일부만 쓰게 하므로 국내 총생산을 줄어들게 한다. 그 결과 총소득이 줄어들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격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영토가 협소한 나라에서 소득 양극화는
어릴 적 동네에서 가끔 물이 끊겨 급수차가 왔던 기억이 난다. 가족들 모두 주전자까지 들고 와서 식수를 받았다. 그런데 21세기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급수차가 물을 공급하는 지역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평균 2~3년마다 가뭄을 겪으며, 약 7년 주기로 극한 가뭄이 발생한다. 극한 가뭄이 와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큰 곤란을 겪는다.2016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계곡수가 결빙돼 22개면, 44개 마을 총 1443세대에 거주하는 3817명이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세계 금융시장이 발작했다. 9월26일 영국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이 한때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일본과 중국의 엔화, 위안화 역시 심각한 약세다. 엔화는 올해 들어 가치가 25% 가까이 떨어져 주요국 통화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다. 미국은 제 나라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를 올릴 태세다. 그래도 미국은 별 탈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뉴욕타임스(NYT)는 9월27일 기사에서 이게 가능한 이유를 짚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며 세계 금융
여전히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중 경제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신냉전 구도에서 안정적 성장을 위협받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당연히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그래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기 하강 또는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 사이클상의 침체 국면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더 큰 현안은 바로 극단적인 저성장으로 장기 불황이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양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서로 다른 주체가 목표를 공유해 힘을 합치는 ‘협력’이 있다. 이런 협력은 원·하수급자의 근로자가 혼재하는 건설현장의 재해 예방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더욱이 사업주의 안전책무를 강조하는 일련의 규제강화에 따라 원·하수급자가 무재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협력적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협력적 안전관리는 Top-Down 안전관리(원수급자의 하수급자 지원)과 Bottom-Up 안전관리(하수급자의 책임의식 향상과 자율적 안전관리)의 상호 균형이 요구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비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대한 표본점검을 해보니 2616억원 규모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례가 적발됐다. 발전 시공업체가 공사비를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과도한 대출을 받기도 했고,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돈을 빌리기도 했다. 또 결산서를 조작해 보조금을 타내는 회계부실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이) 개탄스럽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
작금의 우리 경제 상황은 고물가, 저성장의 틀에 갇혀 있다. 코로나 이후 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 확대와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그 결과 시중 유동성의 확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던 차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여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의 대폭적인 인상과 테이퍼링(양적 긴축)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소비 위축 등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수출 경제에 의존하는 우리의 경우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수출 감소와 고환율
코로나19 초기의 마스크와 백신 공급 대란의 사례에서 보듯 긴급 상황에서 필수 물자의 신속한 조달은 자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팬데믹, 전쟁 등으로 인해 과거 촘촘하게 운영되던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을 포함한 필수 원자재, 방역물품 등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훼손돼 자국 중심의 지역 공급망으로 재편되는 최근의 현상은 긴급조달 대응체계를 확충할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제기한다.주요 선진국은 다양한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긴급 물자조달 체계를 고도화해왔는데, 특히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Defen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들어갔던 주민 9명이 실종됐다가 7명이 사망했다. 지하 주차장 침수 방지 대책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안타까운 사고다.사고는 아파트 근처 하천이 범람하자 관리사무소에서 지하에 있는 차량을 옮겨 달라고 했고, 주민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8분 만에 주차장이 완전히 물에 잠겨 일어났다. 희생자들은 순식간에 지하에 물이 이 정도로 찰 줄은 아마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같은 ‘지하’ 관련 사고는 최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8월
2019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 선생의 1971년 작품 ‘우주’가 132억원에 낙찰됐다. 60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됐는데 10분간 가격 경쟁을 벌인 결과이다. 현재까지 국내 작가의 미술품으로는 경매 최고가 기록이라고 한다. 유명세와 무관하게 미술품은 ‘유일성’이 특성이므로 공급 독점적이다. 경매는 수요자가 다수라면 최고가 경쟁을 통해 낙찰 및 계약 가격을 인상시킨다.건설 공사입찰에서는 최저가 경쟁방식이 우선적이다. 건설 공사는 수요 독점적이므로 건설 공급자인 다수의 건설업체가 저가 경쟁을 한다. 적격심사낙찰제이든 종합
지난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는 하도급 대금 연동계약서와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공개하고 공동설명회를 개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간 원재료 가격 급등 시 사후에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을 하거나 계약 갱신 시 가격협상을 해야 해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기 어렵거나 제때 반영이 힘들었으나, 이번 연동계약서 마련으로 사전에 정한 연동조건을 통해 원재료 가격 변동을 쉽게 반영하는 길이 열려 원·수급 사업자(위·수탁기업 포함) 간 위험분담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동계약서는 계약당사자가 협의해 연동 방식을 정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주택 임대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해가 갈수록 주거 관련 임대사기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주거시설을 두고 사기를 친 악질 임대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작성한 203명의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나쁜 임대인)’ 명단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쁜 임대인은 HUG가 전세금을 세 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들 가운데 연락이 끊기거나 1년간 한 푼도 갚지 않은 이들이다. 한마디로 전세금을 여러 번 떼먹은 악성 행위자들이다. 공공기관인 H
어느 성직자가 은퇴 강론에서 뜨거운 가슴 얘기를 했다. 신학대학생 여러 명이 은퇴 시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신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성악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라 대답하자 ‘아직도 젊은 피가 넘치십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무위원 후보로 지목받았던 어느 교수가 자신의 과거 전과기록을 20대 때 뜨거웠던 가슴 탓으로 돌렸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는 결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으냐로 양해를 구했다.두 사람 얘기에 공통점이 보인다. 뜨거운 가슴에 나이를 매겼다. 뜨거운 가슴이 젊은이만의 특권인 것처럼 비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2019년 건설업의 취업계수는 6.5명이었다. 전체 산업의 취업계수 5.6명에 비해 0.9명 많았다. 건설업은 10억원의 산출물을 생산하기 위해 전체 산업에 비해 0.9명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건설업에서도 기계화와 공장조립 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은 노동의존적인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이처럼 노동은 건설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골조공정은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다른 어떤 공정보다 크다. 그런데 최근 골조공사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건설노조
‘희망고문, 좌절, 분노, 배신감’많은 주택 수요자들이 이전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느낀 감정이다. 정권 초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규제에만 몰두했다.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해졌다. 치솟는 집값이 멈출 줄 모르자 사람들은 ‘영끌’로 추격에 나섰다.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번진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이번 정부에선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정권 교체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실정(失政)’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