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생산체계 혁신방안 해부 - ■ 전문건설과 종합건설의 역량 비교

생산체계 개편의 핵심은 종합·전문건설업체가 상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허문 것이다. 그동안 원도급과 하도급 공사를 나눠 수행해 온 종합·전문업체가 업역에 상관없이 역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된다.

전문업체들은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신 기술을 보유하거나 자재·장비까지 갖춘 업체, 특화된 분야에서 성장을 이어오는 기업들은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기업 성장이 한결 수월해져 건설업이 다시 한번 활기 넘치는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반대로 그간 원·하도급의 높은 벽을 느끼며 살아온 영세 업체들은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전국을 돌며 진행 중인 혁신방안 설명회에서도 ‘전문업계가 불리한 게 아니냐’는 발언들이 나온다. 종합업체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문공사 시장에 뛰어들 경우 전문업체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다.

◇지난해 9월5일 열린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국토연구원은 업역규제·업종체계·등록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시민단체 등은 건설 발전 방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후 추가 논의를 거쳐 11월7일 정부는 생산체계 개편 로드맵을 발표했다.

‘업역이 사라진다’는 문구 하나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전문업체들이 많다. 협력관계에 있는 종합건설사와 경쟁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과연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를 비교했을 때 종합건설이 유리하기만 할까?

우선, 정부의 공식통계는 비슷한 매출 규모의 종합·전문 업체들을 비교하면 전문업체의 ‘맨파워’가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통계청의 ‘건설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 10억~50억원 구간에 종합업체가 약 4500개 있고 전체 종합건설사의 42.5%를 차지한다. 이 구간 전문업체는 1만8500개로 종합보다 4배 이상 많고, 전체 전문업체의 30.0%다. 50억~100억원 구간엔 종합 1900개, 전문 3000개 업체가 있다.

총 종사자 수는 10억~50억원 규모의 종합업체에 8만192명(업체당 평균 17.7명), 전문업체에 30만5173명(평균 16.4명)이 있다. 50억~100억원 구간에선 각각 6만3486명(평균 32.1명), 14만3695명(평균 47.2명)이다.

건설기업들이 지출한 총 급여액을 총 종사자수로 나눈 1인당 평균 급여액을 살펴보면 10억~50억원 구간의 전문업체는 약 3277만원씩이다. 50억~100억원인 업체들은 평균 3596만원이다. 종합업체는 같은 구간일 때 각각 2944만원, 3322만원으로 전문업체보다 적다.

결론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종합·전문 건설사를 비교하면 업체수·종사자수·임금 등 항목에서 전문업체의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유일한 연구위원은 “전문업체들은 인건비가 높은 현장기술자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돼 있고, 종합업체들보다 비교적 저임금인 사무직 종사자 비율이 적기 때문에 전문의 인건비가 더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건설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와 김성일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은 “제도가 바뀌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업체들의 대응이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업역이 시작되더라도 종합·전문 상호간의 진출길이 열릴 뿐이고 원·하도급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당장 하도급 시장이 없어지거나, 상호 시장에 반드시 뛰어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업체별로 장단점을 파악해 차분히 경영전략을 수립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생산체계 개편은 내실 있는 건설기업이 성장해나가고 더 큰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벌써부터 피 터지는 경쟁을 걱정하기보다 업체별 자신감을 갖고 좀 더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모색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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