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사 나몰라라’ 피해 속출···발주자 지급보증 의무화 절실

# 전문건설업체 ㄱ사는 지난해 민간공사에서 발주자 직불에 합의했다가 시행사(발주기관)가 엎어지면서 수개월째 대금을 못 받고 있다.

# 지방소재 전문건설 ㄴ사는 발주자 직불에 합의했으나 종합건설사(원도급업체)가 지급할 대금을 확정해 주지 않아 분쟁이 발생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민간공사를 중심으로 발주자 직불제도의 허점으로 인한 하도급업체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피해 업체들은 “원도급사가 의도적으로 민간 발주자 직불을 유도한 후 공사대금을 책임지지 않거나, 발주자가 오히려 원도급업체보다 자금 사정이 나빠 부도·폐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다수”라며 “구제방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민간 직불 현장이 증가하고 있지만, 공공공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발주자 신뢰 등으로 대금이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하면서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ㄱ사는 수도권 한 현장에서 발주자 직불에 합의했다가 발주자가 “분양이 미진해 대금을 주기 어렵다”고 시간을 끌더니 돌연 부도가 나 수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수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ㄴ사는 발주자가 직불하려면 공사한 대금을 원도급업체가 확인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공사는 시키고 지급해야 할 금액은 확정해 주지 않아 대금 미지급 분쟁을 겪고 있는 사례다.

피해 업체들은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해도 재정적 여유가 부족하고, 분쟁 소문이 나면서 발주자 상황이 더 악화돼 대금 받을 길이 지금보다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업체들의 지적 외에도 민간 발주자 직불합의는 발주와 수급인이 계열관계 또는 관계 회사인 경우 직불 합의에도 불구, 계열사 동반 부실로 대금 체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까지 안고 있다. 실제로 태영건설 사태가 터졌을 당시도 그룹 계열사가 발주한 사업장에서 직불합의를 한 사례가 있어 문제가 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역시 민간 발주자 직불에 위험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공사에서 발주자의 지급능력이 부족하거나 발주자와 수급인이 계열관계인 경우 도덕적 해이 또는 발주자수급인의 동반 부실로 인해 직불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금체불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민간공사에 한해 직불합의시 발주자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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