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두 정상이 두 손을 맞잡았다. 전쟁과 대결의 상징이던 판문점에서의 첫 만남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 냈고,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더욱이 두 정상은 동해선과 경의선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것을 남북경협의 첫 번째 사업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新북방 정책이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하지만 기쁨과 감동에만 마냥 취해만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남북한 통일의 기반 구축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북 철도 사업을 이끌 국토교통부는 정작 빠졌었다. 말 그대로 국토부 패싱이었다. 국토부가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정상 회담 후속 작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新 남방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업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수주 사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이 16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다.

관련 업계는 우리 정부가 사업을 수주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우리 철도 산업의 위상과 지위가 단숨에 격상될 것이라 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고속철 수출 강국으로의 도약 의지를 보이며 2015년부터 28개국에 수주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또한 말-싱 수주를 위해 2016년 10월에는 745억 위안(약 12조 6천 4백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동부해안 철도 사업에 서명을 하고, 550억 위안(약 9조 3천 3백억원)의 융자를 제공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말레이시아 나집 총리를 직접 초청해 순시선 2척을 제공하는 등 일본 산업계 리더들과 간담회를 주최하며 경제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국토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말-싱 사업 수주가 사실상 물 건거 간 것 아니냐는 것이 철도 산업계의 냉정한 전망이다.

실제 입찰 제안서 접수 마감이 올해 12월로, 6개월이 연장됐지만 우리나라 컨소시엄 회원사 일부는 올해 1월 탈퇴를 선언했고, 신호 등 국내업체가 없는 분야는 아직 영입조차 하지 못해 컨소시엄 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계 기관 간의 동상이몽으로 사업에 대한 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해외 인프라 사업 지원을 위해 850억원 규모의 글로벌인프라벤쳐펀드를 조성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은 말-싱 고속철 수주 사업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컨소시엄에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주변 경쟁국들이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남북의 정상이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 낸 것처럼 정부 역시 국가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더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토 최남단 해남 땅끝 마을을 출발한 기차가 신의주를 거쳐 시베리아를 횡단해 파리까지 달리는 꿈이 영글어 갈 것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도라산역의 문구가 현실이 되도록 국토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과 노력을 촉구한다. /민주평화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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