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해 부외자금을 조성한 경우 업무상 횡령죄 내지 배임죄가 문제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부외자금을 조성했다고 해서 곧바로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할까요?

대법원은 부외자금을 조성했다고 곧바로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법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법인 자금을 빼내어 별도로 부외자금을 조성했을 때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돼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비자금 조성이 당해 부외자금의 소유자인 법인 이외의 제3자가 이를 발견하기 곤란하게 하기 위한 장부상의 분식에 불과하거나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참조).

그러나 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법인의 자금을 빼내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그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업무상 횡령죄 내지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위 대법원 판결 참조).

만약 부외자금 조성 목적이 건설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비였고, 실제로 이를 위해 사용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부외자금 조성과 집행에 대한 보고 및 승인이 이뤄져왔고, 부외자금 조성이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었으며, 자금 지출이 통상의 기업활동의 범주 내에서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회사 임직원의 관리 등을 도모하는데 사용된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16. 9. 29. 선고 2012노675 판결). 그러나 법인의 영업활동비라고 하더라도 부외자금을 뇌물을 공여하거나 배임증재를 하는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업무상 횡령죄 내지 배임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는 뇌물공여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1도9238 판결 참조).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거치지 않고 부외자금을 조성하는 행위는 기업활동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해하는 행위임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법원은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횡령죄나 배임죄 성립이 부정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자금 조성이 뇌물을 공여하거나 배임증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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