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때에 일반적으로 도급금액의 10% 정도를 계약보증금으로 약정합니다. 수급인의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입니다(그러므로 계약이행보증금이 정확한 명칭이지만, 실무에서는 계약보증금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쓰입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에게 계약보증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고(제12조 제1항),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이하 ‘표준도급계약서’)에도 같은 취지의 조항이 있습니다(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4, 5조).

계약보증금의 처리와 관련해 계약보증금의 법적 성질이 문제됩니다. 즉, 계약보증금을 단순한 손해담보로 볼지, 아니면 위약금으로 볼지, 위약금으로 본다면 위약벌로 볼지, 아니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지를 둘러싸고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손해담보란 ‘장래 발생할 수도 있는 손해를 담보할 목적으로 미리 돈을 맡겨 둔다’는 의미입니다. 계약에 “수급인의 사유로 계약 해제시, 계약보증금은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다면, 계약보증금은 단순한 손해담보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의 구체적인 손해배상채무의 존재와 그 채무액을 증명해 그 범위 안에서 보증서상의 계약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다14846 판결).

위약금은 채무불이행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한 금전입니다. 계약에 “수급인의 사유로 계약 해제시, 계약보증금은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면 위약금 약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약금은 위약벌일 수도 있고, 손해배상액의 예정일 수도 있습니다. 위약벌이라면 원칙적으로 감액할 수 없고, 손해배상을 별도로 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법원이 직권으로 적당히 감액할 수 있고(민법 제398조 제2항), 예정액 이상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습니다. 민법에는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이 있으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표준도급계약서상 계약보증금 조항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표준도급계약서 제5조에는 ‘도급인의 계약보증금 몰취조항’이 있는 한편,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계약보증금을 초과한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되, 다만 수급인이 배상할 손해액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손해담보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28886 판결). 즉, 도급인은 손해 발생이나 손해액을 증명하지 않은 채 계약보증금의 귀속을 구할 수도 있고, 계약보증금을 초과한 손해를 증명하면서 계약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충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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