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앞에 지금 수주 급감,
 미분양, 금리인상, 중국 영향,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 
 다양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추운 겨울을 버텨내야 한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원래 기상학 용어로 두 개 이상의 폭풍이 합쳐지면서 가공할 새로운 폭풍이 만들어지는 경우라고 한다. 경제학에서 퍼펙트 스톰이란 여러 위험들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경제가 파멸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퍼펙트 스톰 학파(실제 그런 학파는 없다)의 최고의 수장은 닥터 둠(Dr. Doom)이라고 불리우는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이다. 루비니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그 명성을 얻었다. 루비니는 지난 2013년에도 세계경제가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 경제의 더블딥,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동시에 발생하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실패가 원인이 돼 세계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재발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흉내를 한번 내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건설업에 대해서 말이다. 퍼펙트 스톰을 가져올 여러 요인들 중 첫째, 공사물량의 급감을 들 수 있다. 최근 건축수주와 토목수주가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토목 수주는 주로 정부 SOC 예산에 기반하고 있는데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을 보면 SOC 예산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 감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건축 수주는 최근 2~3년간 공급 물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에 당분간 감소세를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건축 부문과 토목 부문 모두에서 공사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폭풍이다. 

둘째, 미분양 폭풍이다. 이미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은 급증하고 있다. 2018년 8월 현재 전국 미분양은 6만4000여호로 2015년 5월의 2만8000호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있다. 특히 지방과 수도권 미분양 호수는 2015년 5월 1만4000호로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올해 8월 현재에는 수도권 9000호, 지방 5만4000호로 지방에 미분양 문제가 더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도 서울을 제외한 경기 등의 미분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은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방 중소건설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금리 상승이라는 스톰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작년에 세 번, 올해 네 번, 내년에 최소 두 번 등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책금리인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외화가 한국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점증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최소 올해 11월부터 늦어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동참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이고 특히 건설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건설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넷째, 해외 충격이라는 스톰이다. 해외건설에 주력하는 건설사가 아닌 다음에야 해외 충격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인해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미 중국 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업부채/GDP비율은 168%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불과 5년 전 120%대에서 40%p가 급증한 것이다. 그만큼 중국 기업들의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 위험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의 회사채가 부도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졌던 약 16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부실을 국내 금융사들이 떠안게 됐다.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스톰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집권 초반인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후퇴할리는 만무하다. 서민의 주거 안정 그리고 자산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아직은 날이 서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분간 그 날카로움은 무뎌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폭풍들은 건설업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결코 작은 폭풍이 아니다. 더구나 이 폭풍들이 동시에 건설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준비해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건설 경기의 ‘빙하기’에 생존하기 위해서 장비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최대한 부채 규모를 줄이고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과 금융경색에 대비해 악성 부채는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요약하면 공성보다는 수성, 확장보다는 생존에 주력해야 한다. 언제나 어려울 수는 없고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언젠가는 봄은 온다. 그러나 그 추운 겨울에 버티고 살아남아야 봄을 맞이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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