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먹구름이 있으면 단 한 번의 번개에 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2월10일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경고한 말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말한 먹구름은 미·중 간 무역 분쟁과 관세 인상, 금융 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불확실성이다.

한반도 상공에도 먹구름이 짙다. 최악의 고용참사가 그 첫 번째다. 통계청의 올해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9년 만에 최고인 4.5%로 뛰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각종 친 노동 정책과 반 시장 기조 탓이다.

안이 이러면 밖이라도 멀쩡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근대화 이후 한국을 줄곧 먹여 살린 수출이 2년3개월만에 두 달 연속 내리막이다. 지난 1월 수출은 463억 달러로, 작년 1월보다 5.8% 줄었다. 지난해 12월 1.2% 감소한 데 이어 두 달째다.

장래는 더 암담하다. 올해 수출증가율은 지난해의 반 토막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세계경기도 위축되고,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그 두 나라를 각각 2위, 1위의 수출국으로 둔 ‘새우’ 한국의 등이 터질 판이다.

다시 안으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폭풍 전야다. 지난 17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회의장에 난입했다. 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석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대놓고 강짜를 놓는다. 불만이면 떠나면 그만일 것을, 아예 판까지 깨겠다는 심산이다. 급기야 일정을 하루 연장한 경사노위 대표단은 모처에 비밀리에 모여 겨우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한다는 어쩡쩡한 합의안을 냈다.

탄력근로제가 무엇인가. 올해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충격을 덜기 위한 고육책이다. 

52시간 근무제에 가장 큰 우려를 표명하는 건설업계의 상황을 보자.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 이후 업체들의 공정관리 노력에도 상당수 현장이 주 52시간을 초과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건설현장은 적정 공사비·공기가 확보되지 않고 동절기·우기·혹한기 등 작업제한 요소가 많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장시간·집중 근로를 해야 한다. 특히나 터널 공사나 도로 교통통제 후 작업하는 이른바 ‘연속작업’이나 기타 공정 진행에 따라 단기간에 집중적 근로가 필요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특정 주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3개월 단위로 평균 노동시간을 계산한다. 경영계는 이 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6개월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다. 탄력근로제가 이렇게 충분히 탄력적이지 못하면, 또 그래서 기업의 숨통을 터주지 않으면 먹구름 뒤에서 번뜩이는 번개가 곧 폭풍의 씨에 불을 붙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른 시일 내에 탄력근로제 기간 추가 확대를 위한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대화마저 거부한 노조의 눈치나 보며 주저한다면 한국 경제는 아무 버팀목 없는 황량한 폭풍의 언덕에서 거센 비바람을 정면으로 맞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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