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놓인 경제여건이 올해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11월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지만 최근 2.6%로 하향조정했다. 조선, 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산업들의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성장 기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전속적 하도급 거래구조와 그 거래에 존재하는 불공정관행이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기업 수의 99%, 종사자의 88%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대부분이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 열악한 지위, 이른바 ‘갑을관계’에 놓여 있다. 갑을 간 힘의 불균형은 불공정한 거래조건과 갑에 편향된 성과 분배를 유발해 을이 ‘기여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게 한다. 수익이 악화된 중소기업은 연구개발·투자 여력이 부족해 혁신역량을 잃고 영세화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부품을 투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경제 성장동력마저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갑을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발표했으며 그 후속조치도 착실하게 추진해 왔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전속거래 강요 또는 원가정보 요구 행위를 금지하고,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을 ‘원재료 가격’의 변동에서 노무비 등을 포함하는 ‘공급 원가’의 변동으로 확대했다. 기술탈취의 경우 그 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나는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공정위의 조사시효를 3년에서 7년으로 연장했다. 또한 하도급법상 금지되는 부당특약의 구체적 유형을 담은 부당특약 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까지 마쳤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시장의 거래 관행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정위가 실시한 2018년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가 있는 원사업자의 비율은 0.9%로 전년의 4.2%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감액한 혐의가 있는 원사업자의 비율도 전년대비 2.6%p 감소한 3.8%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시장의 불공정관행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정위는 을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경제의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갑과 을이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갑을 관계’를 실현하는 데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하도급 분야에서의 갑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추진할 것이다. 범정부·민관합동 TF, 사업자단체와의 업종별 간담회 등을 통해 제도 개선과제를 발굴하는 한편, 공정위가 그동안 추진했던 대책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중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할 것이다.

을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완비해 나갈 것이다. 부당특약의 원칙 무효화, 대·중견기업에 한해 하도급대금 현금지급을 의무화하는 방향의 하도급법 개정 추진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발주자→원사업자→하도급업체→근로자 등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거래에서 대금 체불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도급대금 직불 관행도 활성화할 것이다. 아울러 서면실태조사 결과 중소 하도급업체의 애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건설·조선 등의 분야에 법집행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갑을 문제의 근원적 해소를 위해서는 공정위의 이와 같은 노력에 더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등 시장참여자들의 적극적 동참이 필수적이다. 기업 간 공정한 거래관행 확립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수단이자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수급사업자를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적극적 지지와 참여를 통해 우리 경제가 함께 잘사는 포용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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