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3기 신도시 5곳이 모두 선정됐다. 경기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대장동이 막차를 탔다. 지난해 12월에는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동, 인천시 계양구가 발표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동쪽에 2곳, 서쪽에 3곳이다. 신도시 포함, 문재인 정부는 2026년까지 수도권에 모두 3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가 30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 것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대출을 규제해 자금쏠림을 막고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면 투기심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정부의 고육지책을 이해한다. 다주택자들이 시중에 집을 내놓도록 해 공급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실패한 지금, 새 주택 공급은 불가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린벨트 파괴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만만찮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5개 신도시를 통해 공급하는 주택이 17만3000가구다. 면적으로 보면 3274만㎡에 달한다. 신도시 기준(100만평·330만㎡)에 못 미쳐서 그렇지 역시 대규모 단지인 과천까지 합치면 신도시는 사실상 6곳으로 불어난다. 총 주택수는 18만 가구로 늘어난다. 총면적은 3429㎡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11.8배나 된다.

3기 신도시의 특징은 서울접근성이었다. 30분 내 서울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했다. 거의 서울과 경기가 맞닿은 곳으로 1기 신도시인 일산, 분당, 평촌보다 서울에 가깝다. 서울 접경에 가용부지 중에 이런 땅이 아직 남아 있을리 없다. 결국은 그린벨트였다. 실제 고양 창릉은 97.7%, 부천 대장은 99.9%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고양과 서울, 부천과 서울은 거의 맞대게 된다. 시도를 경계 짓던 녹지공간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얘기다. 6개 신도시 기준으로 보면 서울을 둘러싼 여의도 11.8배 규모의 녹지공간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서울은 그린벨트를 풀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도 시간문제다. 경기 쪽에서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서울의 그린벨트는 대폭 쪼그라들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해 절대 그린벨트를 풀지 않겠다”고 하지만 민선 3기째인 그는 4년 후면 떠난다.

그린벨트도 문제가 많은 정책은 맞다. 현실적으로 난개발도 심각하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제외하고 녹지를 유지할 방법이 마땅찮은 것도 현실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도시공원일몰제도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도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지정한 땅 중 20년 이상 공원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땅은 지정 해제가 될 수 있다. 서울 남산과 관악산의 80%가 사라질 수 있다.

수도권 집중화는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1가구당 3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30만 가구면 90만명이다. 서울 인근에 평택시가 하나 더 생긴다는 뜻이 된다. 3기 신도시는 직주복합(직장과 거주지가 함께 있는 곳) 형태의 자족도시로 만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교통지옥을 우려해 슈퍼-BRT 등 광역교통망도 조기에 건설하겠다고 했다. 교통이 좋아지고 일자리까지 생겼으니 상당한 인구가 수도권 밖에서 유입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치하겠다는 일자리는 드론, 로봇, AI, 빅데이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스타트업들이다. 일도 사람도 지원도 몰린 수도권으로 지방인재가 몰려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고양시와 부천시가 쌍수 들고 신도시 개발을 환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만큼 지방소멸은 빨라질 수 있다.

대출 규제나 보유세 인상 등 제도는 시행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철회하면 된다. 주택공급은 다르다. 특히 도심내 철도유휴부지, 주차장, 노후 관사 등 자투리땅을 활용한 중소택지 공급과 신도시개발을 통한 대규모 신규택지공급은 전혀 다른 얘기다. 일단 파헤치면 자연녹지는 되돌릴 수 없다. 또 주거만 개선하는 도심재생과 달리 신도시개발은 교통망확충에 기업유치까지 패키지로 포함돼 새로운 형태의 수도권 지원이 될 수 있다. 3기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이런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미덥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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