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국회의원

지난 4월30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증서를 취득했다. 이는 외국 기업이 개발한 원전이 미국 인증을 받은 최초의 일이며, 원전기술 종주국으로부터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계 원전시장의 선두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현 정부가 스스로가 걷어차고 있다. 우리나라에 우선협상권이 있던 영국은 현재 중단 상태고, 그간 공을 들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 유치도 미국의 적극적인 공세로 어려움에 처했다. 또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방문했던 UAE 바라카 원전도 장기정비계약의 기간을 나눠 단기정비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악재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해외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독일은 지난 5년간 약 200조원 등 에너지 전환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석탄과 LNG 발전 의존도를 줄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온실가스를 제대로 감축하지 못해 유럽국가의 지탄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대한민국 원전수출생태계의 붕괴를 막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인 원전을 지키고자 필자는 2017년부터 차세대 신규 원전 지역에 ‘원전수출전략지구 지정’을 촉구해왔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모델하우스를 짓듯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원천기술을 전 세계에 세일즈하기 위해 ‘원천기술 모델하우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달에는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에 ‘원전 수출전략지구 조성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요청했고 그 결과를 받았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원전수출전략지구를 지정해야만 하는 이유가 너무나 많았다.

이 원전수출전략지구는 향후 확대될 원전 시장에 우리 원전이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조금 재원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또 심각한 온실가스 문제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석탄, LNG 수입에 따른 외화유출을 막으며, 값싸고 품질 높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1석5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우리나라가 가진 IT기술과 원자력 산업을 접목해 세계시장을 개척한다면 더욱 가치 있는 결실로 나타나 원전산업의 민간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며, 우리나라를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두 산업을 융·복합시킬 ‘원전 수출전략지구’의 조성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악재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할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폴란드도 2033년 최초의 원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체코 역시 원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최근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으로부터 화력발전소 대신 친환경적인 원전을 세우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원전수출전략지구’ 지정을 통해 무너지고 있는 원전 수출 생태계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바른미래당(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북 전주시을)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