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늦은 밤에 국도를 운전하다 역주행하는 차와 마주친 경험이 있었다. 이런 경우 화들짝 놀라게 되는 건 물론이거니와 ‘무슨 생각으로 역주행을 할까’ 하는 생각에 불쑥 화가 나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물론 초행길인 운전자이거나 도로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빨리 질러가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로가 일반도로가 아닌 고속도로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놀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사망률은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역주행 사고의 책임은 물론 운전자 본인에게 있지만 진입 차로 오인, 미흡한 교통안전시설물, 흐릿한 차선 등 구조적으로 열악한 도로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교통안내표지를 명확하게 하고, 역주행 방지 시설물 및 노면색깔유도선 등을 설치하는 시설관리만으로도 역주행 차로로 잘못 진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줄어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천적으로 역주행할 수 없도록 문제 있는 도로 자체를 재정비하는 일이다. 차량이 U턴이나 반대편 차선으로 진입해 정주행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도로를 설계해 시공하고, 경계석, 중앙분리대 등의 여러 안전시설물을 견고하게 설치해야 한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 진입부 및 본선 합류부 등 역주행 우려구간에 대해 교통안전표지와 차로규제봉을 설치하는 등 역주행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물의 지속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이는 어느 한 지방자치단체의 일만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인 도로 및 교통안전시설물 정비계획 하에 개선돼야 한다.

더불어 운전자 스스로도 길을 가다 차선이 흐려져 있거나 도로시설물 정비가 필요한 곳을 발견한다면 한국도로공사 등 해당 관할 도로관리청 및 각 지자체 도로교통과나 건설과로 바로 신고하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