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영업부터 오픈 이후 청약까지 견본주택을 공개하지 않고 온전히 사이버 모델하우스와 온라인상으로만 영업을 했는데도 청약마감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앞으로 수도권 등 인기 지역에선 굳이 비싼 돈 들여 모델하우스를 지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건설사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 최근 만난 한 대형건설사 임원의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 탓에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이제는 고객 편리와 업무 효율성까지 담보한 새로운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설치와 운영에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모델하우스가 없어지면서 얻어지는 비용 세이브도 건설사의 소득이다.

코로나19가 ‘뉴노멀’(New Normal)을 예상보다, 혹은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게 했다. 가장 전통적이면서 낡은 방식의 제조업군인 건설산업도 이러한 세태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변화 중이다.

코로나 사태는 위기이자 기회다. 특히 건설산업에 더 그렇다. 국내 건설산업은 연구개발 투자가 줄고, 노동집약적이고 현장 의존적인 생산체계, 공급자 위주의 산업구조 등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과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노력을 가속해야 하는 이유다.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별것은 아니지만, 이런 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19 이전부터 건설기술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겪어 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철저한 생존 전략도 시급하다. 이는 투자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교육, 문화, 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기업이 홀로, 뚝딱 이룰 수 없으니 당연히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필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초유의 위기라는 지원의 명분도 충분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0년 건설투자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건설 수주액 역시 기존 280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낮췄다. 건설업 한계기업은 2018년 10.4%에서 올해 1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공공공사 기성금 조기 집행,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적용 범위 확대, 공기연장 및 계약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한시적 완화, 자재 및 인력수급의 행정지원 등 긴급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설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융지원, 노후 기반시설 및 생활 SOC 등에 대한 투자확대로까지 이어지면 더 좋다.

어디 건설업계뿐이랴. 전 산업계가 위기다. 코로나19가 던진 경제 충격파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재정을 동원한 돈 풀기도 시급하지만,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기조를 친시장·친기업으로 바꿔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경제방역’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경제방역에 성공하려면 기업의 면역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별연장근로 허용 확대, 세금 감면 등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치들이 서둘러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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