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장이 그렇듯이 주택시장도 수급 논리에 움직인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고불변의 진리다. 최근 3년간 서울 집값 급등도 수급(수요공급) 불안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이 넘는 동안 공급을 규제하는 정책이 펼쳐지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등 인구는 늘어나는데 각종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한 것이 현재의 집값 불안을 부른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준공 실적은 3만9734가구다. 3년 동안 약 12만 가구가 새로 공급된 것이다. 하지만 주택 멸실(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철거되는 주택)도 3년간 4만2000여 가구(매년 1만4000여 가구 멸실)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실질 준공 가구 수는 총 8만여 가구에 그친다.

하지만 주택업계는 서울 새아파트 수요는 15만6000가구가 넘은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 3년간 매년 기존 공급 가구 외에 1만2000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필요했다. 서울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임대주택 등록자 혜택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대폭 줄어든 것도 집값 상승의 배경이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값마저 상승하자 정부는 뒤늦게 지난 8월4일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주택공급 대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목표치 달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서울 도심과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공공재건축’이라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내놓은 것이다.

공공재건축은 나오자마자 재건축조합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용지 외에 민간 추진 주택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대신 용적률 확대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핵심인데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외면한 것이다. 공공재건축은 기존의 200% 전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상향하고, 층수는 최대 50층까지 허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용적률 200%인 500가구 아파트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400%가 적용되면 1000가구로 늘어나지만 그만큼 조경과 커뮤니티시설 등 주민 공동시설은 줄어든다. 한마디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인센티브를 준다고 선뜻 받아들일 조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용적률 확대가 쾌적한 주거환경을 포기하는 대신에 받는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 거주자들은 용적률 확대를 통한 공공재건축은 주거 쾌적성, 일조량, 조망권 등을 버리는 대신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어서 결국은 손해로 보고 있다. 용적률 확대를 통한 빽빽한 아파트 단지는 장기적으로 슬럼화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은 아파트촌이 슬럼화로 가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250~299%의 용적률을 적용받은 아파트 단지 대부분도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태다.

정책당국은 용적률 확대 인센티브로 고층 아파트(일반 아파트 최고 층수 50층 허용)를 짓는다고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용적률 확대는 도심역세권을 중심으로 하고 일반 주거단지는 현재처럼 300%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 것이 주거 쾌적성 측면에서 합당하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 주택문제는 장기적으로 국가적 문제이다. 따라서 국가 균형발전과 인프라 재구축과 재배치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수도권 인프라의 대대적인 재배치와 확대가 서울 집값 해결의 근본 치유법이다. 특정지역 인프라 쏠림 현상이 반복되는 한 서울 주택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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