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분주히 출근준비를 하는 대신 안방에서 서재로 방만 옮겨 컴퓨터를 켠다. 메신저와 화상 카메라,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부분의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같은 시간, 아이의 방은 교실이 된다. 노트북으로 연결된 선생님과 화상 수업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엄마는 스마트폰으로 먹거리나 생필품을 주문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민의 삶의 방식과 기준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빨리.

글로벌 채권운용회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였던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를 ‘뉴노멀 2.0’이라 불렀다. IT(정보기술)버블 붕괴 이후였던 지난 2003년 미국의 벤처투자가 로저 맥나미가 정의한 ‘뉴노멀’이 한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금융·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뉴노멀 2.0은 일단 엄청난 위기와 동의어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태세고,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됐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소비는 전월보다 6%나 급감했고, 설비투자도 2.2% 줄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구조다.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이 붕괴됐고, 각국에선 보호무역주의가 창궐한다. ‘수출입국’ 한국이 감내해야 할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뉴노멀 2.0 시대의 환경변화를 국가 위기가 아닌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승부를 걸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한국판 뉴딜’이다. 국비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디지털 뉴딜’에 7조9000억원, ‘그린 뉴딜’에 8조원을 편성했다.

건설산업계는 기회를 맞았다. 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건설산업에서의 디지털 뉴딜 성공은 생산성 향상 25% 이상, 양질의 일자리 5만개 이상, 산업안전도 40% 향상, 다양한 신시장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국가계약제도 개선, 기술도입에 장애가 되는 규제의 개선, 스마트 건설기술의 표준 및 기준 마련 등이 전제된다는 조건에서다.

다행히 국내 건설업계는 뉴노멀 2.0에 앞서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로 스마트·디지털화를 가속해 왔다. 그래서 건설업이 대표적인 전통산업으로 꼽히는데도 코로나19의 충격을 덜 받는 느낌이다. 이미 BIM(건설정보 모델링)과 CDE(협업환경 플랫폼)의 활용 증대, 드론을 활용한 3D(차원)측량, IoT(사물인터넷)·VR(가상현실) 활용을 통한 안전관리시스템 활용 등이 보편화됐다. 내년부터 로봇시공을 시도하는 건설사도 있다.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올해보다 11.9% 늘어 26조원으로 편성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건설산업이 GDP(국내총생산) 비중 8.1%, 취업 비중 7.5%로 여전히 국가 경제를 든든히 떠받친 기간산업이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이라는 방증이다. 이제 이 예산이 계획대로, 꼭 필요한 시점에, 적재적소에 적절히, 또 과감히 분배돼 기업과 국민의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도록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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