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이란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합설립업무, 사업성 검토,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시행인가 신청대행, 관리처분계획 수립대행 등의 업무를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한 자문을 하는 업무를 말합니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요건을 갖춰 시장·도지사에게 등록한 자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사업자)라고 합니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02조).

정비사업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실제 정비사업자의 도움을 받아 토지 등 소유자들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2020. 1. 31. 기준 서울시에 등록한 정비사업자만 하더라도 총 155개 업체에 이릅니다(서울시 서울정보소통광장 참조). 정비사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장일수록 해당 정비사업자와 크고 작은 법률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그중 하나로 정비사업자의 선정 과정에서 생긴 분쟁 사례를 소개합니다.

정비사업 실무상 일반적으로 조합 설립 전에는 정비사업자를 주민총회가 선정하고 추진위원회가 그와 계약을 체결하는 반면(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주민총회의 의사가 반영되었음을 나타내기 위해 대부분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원회에 계약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조합 설립 후에는 조합총회에서 선정 및 계약체결을 담당합니다. 총원을 확정하기 어려운 주민총회의 특성상 조합 설립 전에는 추진위원회에 정비사업자와의 계약체결 등 많은 권한이 부여돼있는 반면, 조합 설립 후에는 추진위원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체결까지 조합총회에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위 실무관행은 관련법령에도 부합합니다.

그러나 하급심 판결 중에는 조합 설립 전에 주민총회가 선정하고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정비사업자와의 계약을 무효라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위 하급심 법원은 ①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2조 제4항)와 ② 조합총회의 의결(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6호)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정비사업자와의 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정비사업자는 이에 불복했고, 최종적으로는 강제조정결정으로 항소심에서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의 선정 및 계약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2조 제4항에 따른 동의가 요구되는 경우는, ⑴ 추진위원회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토지 등 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또는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경우로서, ⑵ 정비사업의 시행범위를 확대 또는 축소하려는 때에 국한됩니다(현재는 위 ⑵ 부분에 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삭제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비사업의 시행범위를 확대 또는 축소하려는 때’가 아닌 한 당시 위 제32조 제4항에 따른 동의는 필요 없었고, 위 하급심 법원은 이 점을 간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위 하급심 법원은 조합 설립 전과 후의 정비사업자 선정 및 계약체결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 또한 면밀히 살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조합 설립 전에는 정비사업자를 주민총회가 선정하고 추진위원회가 그와 계약을 체결하는 반면, 조합 설립 후에는 조합총회에서 선정 및 계약체결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위 하급심 법원은 조합 설립 전에 정비사업자가 선정 및 계약 체결된 위 사례에서 조합 설립 후에 필요한 절차를 요구했습니다. ‘조합총회’와 ‘주민총회’는 엄연히 다른 기구이고, 도시정비법령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규율하고 있음에도 이를 오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위 하급심 판결은 도시정비법령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의 실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매우 특수한 사례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비사업자를 포함한 정비사업의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정비사업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정 및 계약체결의 절차부터 신중히 밟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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